"은행 건전성 관리 필요" vs "주택경기 부정적 우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기 시작하는 것은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월평균 3조 원씩 증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반기에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지 않거나 다시 침체에 빠져 집값이 급락하면 가계대출 부실과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제야 회복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이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제동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보고 하반기부터 대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별로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월별 목표치를 제출받은 것은 대출 총량 규제 방안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농협은 하반기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1조5천억 원으로 제한하겠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대출 증가액 1조9천476억 원보다 4천억 원 이상 줄인 것이다.

또 분기별 영업점 업적평가 때 여신 규모에 대한 배점도 종전에 30점에서 3분기부터는 0점으로 낮출 예정이다.

가계대출 등 여신을 늘렸다고 해도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농협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빨라서 대출 총량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 목표액을 2조 원(월평균 3천300억 원) 가량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상반기에만 1조7천302억 원이 증가했다.

올해 1~2월에는 월중 7천억~8천억 원씩 늘었으나 4월부터 주택대출 취급을 제한하면서 월별 증가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하반기에는 영업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자제를 주문하면서 영업 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주택담보대출을 1조9천150억 원 늘린 신한은행은 하반기 목표액을 1조6천억 원으로 잡았고 우리은행의 목표치는 1조1천400억, 하나은행은 7천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담당자는 "하반기에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할 계획이어서 장부상 대출 증가액은 목표치보다 축소될 것"이라며 "금감원에서 은행별 목표치를 하향 조정해 관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DTI규제 카드 빨리 꺼낼 수 있다"
금감원은 대출 증가 속도를 줄이고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시중은행 부행장 회의에서 은행들에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의견을 들었다.

예컨대 임차인 보호를 위해 방 개수에 따른 임차보증금을 차감한 뒤 대출 가능 금액을 산정하고 이 때 영업점장이 예외를 인정하면 대출 한도를 늘려줄 수 있는데 이런 예외 규정을 없애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또 영업점장의 전결금리를 제한하면 금리 인상 효과가 있어 대출 수요를 다소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우려된다고 판단되면 현재 투기지역인 강남 3구에만 적용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비투기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DTI는 대출자의 연간소득에서 대출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등이 차지하는 비율로,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40%로 제한돼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DTI는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반영해 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규제"라며 "경기 부진으로 그동안 감소했던 소득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면 DTI 규제 카드를 빨리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재 연 4~5%대로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할 경우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 "건전성 관리 선제 대응" vs "건설경기 생각해야"
금융당국이 이처럼 대출 규제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은행의 대출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 연속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 올랐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은 과천(1.2%), 강동구(0.6%), 성남 수정구(0.4%), 강남구(0.4%) 등이다.

주택가격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3월 말부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말 대비 0.3% 떨어졌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 올랐다.

수도권에서 과천이 작년 말 대비 16.4% 급등해 가장 많이 올랐고 서울에선 강동구(5.9%), 양천구(4.0%), 강남구(3.6%), 송파구(3.0%)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서울의 도봉구(-2.5%)와 강북구(-1.8%), 동작구(-1.8%), 금천구(-1.6%), 노원구(-1.4%), 성북구(-1.2%) 등은 하락세를 보여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 비중은 1월 46%에서 2월 47%, 3월 50%, 4월 53%, 5월 55%로 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초 주택담보대출이 늘었을 때는 생계자금용 대출 비중이 높아 우려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주택 구입 목적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회복이 느리거나 또 한차례 침체에 빠질 때 주택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가계와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대출을 조이면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건설사들을 경영난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분양이 많고 예년보다 거래량도 적은 수준으로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일부 지역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것은 투기 규제로 대응해야지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윤선희 조재영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