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황규영의 노래'나는 문제없어'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문제없어'를 외치는 일은 없었다. 그것도 유명 가수가 부른 노래도 아닌,CM송이다.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문제없어'군인 버전 UCC도 있다. 가사는 이렇다. '고참이 괴롭혀도,훈련이 힘들어도,애인이 떠나도,문제없어 문제없어 문제없어 문제없어.' 이처럼 '문제없어'송의 가장 큰 매력은 노래가 쉽고 어느 상황에나 적용하기 쉽다는 점이다. 수능을 망쳤거나 펀드가 반토막 났거나 딸을 결혼시키거나 은퇴를 앞두고 막막하거나. TV광고 영상을 통해서도 그런 상황들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경기에는 희망 코드의 광고가 뜬다. SK텔레콤의 '비비디바비디부'가 그랬고,박카스의'누군가의 박카스',GS칼텍스의'아임 유어 에너지'가 그렇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사람들은 더 큰 성공을 바라기보다는 주변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알리안츠생명의'문제없어 송'은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런 것쯤 아무 문제도 아니야!'라고 힘을 북돋아준다. 너무 걱정하거나 고민하지 말고,편하게 살라고 다독이는 것만 같다. 이처럼 '문제없어 송'은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동시에 알리안츠생명처럼 든든한 기업과 함께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많은 보험사들은 불황기에 맞춰 가족을 이야기하거나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거나 전화 연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광고,영업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외국계 생명보험사라는 이유로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장벽처럼 서 있었다. 따라서 친근감 획득이 우선 과제였을 것.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광고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에서 CM송을 활용할 때는 목표가 분명하다. CM송은 의식보다 무의식에 작용하면서,단기간에 기억시키는 힘이 강하다. 논리와 판단을 유발하는 이성적 도구가 아닌 행동을 유발하는 감성적 도구다. 인지도와 친근감의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CM송처럼 효과적인 도구가 없다. 거기다 가사에 누구나 자신의 상황을 대입할 수 있는 쉬운 한마디 '문제없어'를 반복시킴으로써 더 쉬워졌다. 광고를 볼 때나 노래를 들을 때만이 아닌,상황과 접목된 오디오의 힘은 굉장히 강력하다. 유명 모델을 쓰지 않아도,광고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힘이 들 때,불안할 때,어려울 때 이 노래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제품과의 연관성에서도 '문제없어'라는 단순한 노래는 힘을 발휘한다. 보험은 쉽게 말해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서비스다. 단순한 메시지의 반복을 통해 곤란한 상황에 처해도 알리안츠생명과 함께라면 문제없다는 메시지를 가장 쉽게 전달한 셈이다.

알리안츠생명에서는 이렇게 중독성 강하고 전파력 높은 '문제없어 송'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UCC 콘테스트를 개최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고,벨소리 다운로드,가사 바꾸기 등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요즘은 야구장에서도 이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안타를 맞아도 만루가 되어도 문제없어 문제없어'를 응원가로 부를 정도로 유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문제없어 송'은 기억한다지만 과연 브랜드가 알리안츠생명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을까. CM송과 브랜드가 확실한 연결고리를 가졌을 때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있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그 기업의 지향점이 어디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이 광고를 통해 적어도 자사 이익에만 매달리지 않고,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업임을 알리는 데 성공한 듯싶다. 무엇보다 '내 인생의 자신감'이라는 슬로건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없다고 외칠 수 있는 자신감은 광고 하나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치고는 매우 기분 좋은 선물이다.

조문형(광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