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정(43),서은숙씨(44)는 24일 입을 모아 말했다.이들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특급호텔 홍보우먼 출신으로 현재 아버지의 사업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차씨는 밀레니엄힐튼호텔(당시 힐튼호텔)에서 1989년부터 3년간 근무했고 강남역 노보텔앰배서더호텔로 옮겨 26세때 최연소 홍보실장에 올라 2000년까지 일했다.지금은 아버지 차윤 대표(77)가 운영하는 홍보대행사 CPR의 이사로 일한다.
"호텔에선 정말 즐겁게 일했어요.장충동 소피텔과 강남역 및 독산동 노보텔까지 총 3개 호텔의 홍보를 도맡아 해도 피곤한 줄 몰랐으니까요.하지만 10년 정도 일하니 호텔 홍보가 홍보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4월 딸기 행사,6월 보양식 등 매년 반복되는 이벤트에 따분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2000년 앰배서더를 그만둔 차씨는 몇년째 "회사일 좀 도와달라"고 조르는(?) 아버지 회사로 옮겼다.차씨는 "대행사는 다양한 기업을 홍보하니 지루할 시간이 없고 자식으로서 뿌리(아버지) 곁에 있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그는 현재 해외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보통 대행사들이 외국기업의 국내 홍보를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한 것.차씨는 "'나라를 홍보했던' 외교관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그는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성격 차이 때문에 자주 티격태격한다"며 "아버지가 부르는 데 빨리 안 온다는 등 사소한 일로 다투니 오히려 큰 싸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티격태격하긴 서은숙씨도 마찬가지다.아버지 서정오 회장(72)이 운영하는 허니문 전문여행사인 제이슨여행사의 전무로 일하는 서씨는 모험가형인 반면 아버지는 안정형이기 때문.서 전무는 "뭘 하자고 제안하면 (아버지께선) 안 된다고 하시기 일쑤"라며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외환위기를 견디고 13년 동안 직원들 월급을 한 번도 밀리지 않은 분이니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씨는 1989년부터 5년간 그랜드 하얏트 호텔 홍보실에서 근무했다.이후 공부를 하고 싶어 '잘 나가던'호텔을 나왔고 미술사를 공부했다.서씨는 "호텔을 그만둘 때가 마침 아버지가 여행사를 설립할 시기여서 호텔에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가 결국에 말처럼 됐다"고 말했다.공부할 때 남편을 만나 결혼한 서씨는 2년간 전업주부로 있다 '몸이 근질근질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이력도 화려하다.컴퓨터업체 SGI코리아,인터넷쇼핑몰 코스메틱브랜드,디지털드림스튜디오 등 다양한 업체에서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했다.
서씨는 "2005년 '그만 돌아다니라'는 아버지 권유로 회사에 들어왔다"며 "하지만 여행사이다 보니 이전보다 더 많이 돌아다닌다"며 웃었다.여행사와 호텔의 공통점에 대해 그는 "다른 이들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행복이 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호텔에서 일한 게 지금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됐다"며 "하얏트가 '호텔 아카데미'로 불릴 정도로 호텔과 여행업계에 하얏트 출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