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희토류 금속 등 산업용 핵심 원자재 수출을 규제하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미국과 EU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이 희토류 금속 등 핵심 원자재 수출을 관세나 쿼터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및 EU와 중국 간에 정식 협의가 시작되고 여기서 타협안이 나오지 않으면 WTO가 직접 판결을 내리는 절차에 들어간다.

미국이 중국을 WTO에 제소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특히 미국과 EU가 손잡고 아시아 국가를 WTO에 제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최근 중국발 무역마찰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과 EU는 앞서 중국의 자동차부품 수입규제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WTO에 제소한 바 있다.

미국과 EU는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한 약속과는 달리 철강 반도체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자재의 수출을 계속 억제,글로벌 시장을 왜곡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수출규제 해제를 요청한 품목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쓰이는 인듐과 알루미늄 정제에 필요한 보크사이트를 비롯 실리콘 텅스텐 희토류금속 주석 코크스 등 20여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희토류 금속 세계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이번 대응은 중국의 자원무기화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과 EU의 요구를 일부 반영,전날 발표한 수출관세 조정 조치를 통해 7월1일부터 인듐과 몰리브덴의 수출관세를 15%에서 5%로,텅스텐도 10%에서 5%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과 EU의 요구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란탄 등 희토류 금속은 하이브리드카의 고성능 모터나 풍력 터빈 등 친환경 기술에 쓰이는 핵심소재로 최근 녹색산업 성장에 힘입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중국의 희토류 금속 수출규제로 산업계에 보이지 않는 공포의 쓰나미가 밀려들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진작뿐 아니라 수출총력전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도 중국을 상대로 한 WTO 제소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달 들어 2600여개 수출 품목에 대해 증치세(부가가치세)를 더 돌려주는 것을 비롯 지난해 여름 이후 총 7차례 수출증치세 환급률을 인상하는 등 다양한 수출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