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SM3는 르노삼성의 야심작이다. 2002년 9월 첫 모델이 나온 지 7년,2005년 9월 부분변경을 통한 1 · 5세대 모델을 선보인 지 3년 만에 출시되는 2세대 모델이다. 외부 디자인은 물론 차량의 기본 골격인 플랫폼,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롭게 탄생했다. 1세대와 1 · 5세대 모델과는 종자가 다른 차라고 보면 된다.
이 차는 31개월의 개발기간 동안 3200억원이 투입돼 개발됐고 르노-닛산그룹의 기술이 총동원됐다. 프랑스 르노는 준중형차 메간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르노삼성과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작업을 공동으로 벌였다. 일본 닛산은 힘과 연비에서 최적 균형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H4M 엔진과 변속충격이 없고 연비가 좋은 무단 변속기인 엑스트로닉(Xtronic) 변속기를 공급했다. 1598cc 엔진은 가변식 흡기밸브시스템(CVTC)를 채택해 일반적인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고 가속감을 주로 느끼는 실용영역 rpm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뉴 SM3는 기존 모델보다 커지면서 한층 세련됐다. 얼핏보면 거의 중형차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길어졌고 뒤쪽에서는 상당한 볼륨감도 느껴진다. 2700㎜에 달하는 동급 최장의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는 한 가족이 탑승하더라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어지간해서는 무릎이 앞좌석과 부딪치지 않을 정도다.
최상급 모델인 RE를 전남 목포에서 해남 땅끝까지 왕복 170㎞ 구간에서 시승해봤다. 경쟁차 모델에 비해 차체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엔진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기우였다. 급출발 때 반응이 다소 늦다 싶었지만,이후 가속에서는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시속 180㎞ 안팎까지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닛산이 공급하는 무단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전혀 없었다. RE 모델에는 6단 수동 모드를 지원하는 무단변속기가 장착돼 필요에 따라 더 한층 속도감 있는 운전도 가능했다.
왕복 2차선 굽은 길이 많았지만 스티어링휠은 부드럽게 움직였고 급격한 핸들링에도 차제는 조금의 기우뚱거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내달렸다. 전동모터가 차량의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휠 조작에 필요한 힘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전자식 차속감응 파워스티어링 시스템(SSEPS)' 덕분으로 보였다. 시승차에 동석한 르노삼성 관계자는 급출발 때 반응이 다소 늦은 것 같다는 지적에 "무단변속기 고유의 특성일 뿐 엔진성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정숙성도 만족스러웠다. 고속 주행 때도 일반적인 목소리로 옆사람과의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고급 모델에 옵션사양으로 적용되는 보스(Bose)사운드시스템은 고속주행 때도 생생한 음감을 자랑했다. 아이나비와 공동 개발해 옵션으로 제공되는 내장형 스마트 i내비게이션도 돋보였다. 적절한 위치에 장착돼 지도를 보기가 무척 편리했다.
뉴 SM3는 이 외에도 준중형차로는 처음으로 좌우 독립형 풀오토 에어컨과 뒷좌석 전용 송풍구를 갖췄다. 또 동승석 에어백을 기본 장착했고 사이드 및 커튼 에어백은 모든 모델에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차체 자세제어장치(ESP)는 고급형 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 기준 ℓ당 15.0㎞,수동변속기 기준 16.3㎞인 1등급 연비도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다만 소비자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이는 보스사운드시스템,내장형 내비게이션 등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는 모델이 1700만원대 LE 플러스 및 1800만원대 RE 모델이라는 점이 아쉽다. 이들 옵션을 장착하면 차 값이 중형차 수준으로 높아진다. 기본 모델 가격은 1400만원대로 괜찮은 편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