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53 · 사진)의 국세청장 내정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파격 그 자체다. 한상률 전 청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5개월 이상 공석이 이어진 차기 청장 하마평에 여러 인사가 오르내렸을 때도 백 위원장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백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깊은 관계를 잘 아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장고 끝에 국세청 개혁이라는 중임을 맡길 인사로 최종 선택할 만큼 백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고 전하고 있다.

백 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인연은 1996년 15대 총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 위원장은 신한국당 서울 서대문 을,이 대통령은 종로구 후보로 나섰다. 인근 지역구여서 서로 안면을 트게 된다. 백 위원장은 떨어지지만 이 대통령은 당선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으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으면서1998년 8월 미국행을 택한다. 당시 미국으로 떠나기 전 몇 개월은 이 대통령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였다. 자신이 1994년에 만든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 그의 말동무가 돼 준 사람이 국회의원 낙선 후 이곳의 연구원으로 온 백 위원장이었다. 이 대통령을 아무도 찾지 않을 때 백 위원장이 '점심 동무'를 했던 것.백 위원장은 당시 경제 현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며 이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그 인연으로 백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동아시아연구원장을 맡아 공약 개발을 책임 졌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의 정책들을 뒷받침했다. 대선 때는 바른정책연구원을 이끌며 이 대통령 캠프의 정책 개발을 주도했고,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했다. '이 대통령의 경제 과외선생'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서욱진/박신영 기자 venture@hankyung.com


△충남 보령 △중앙대 경제학과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이화여대 교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동아시아연구원장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바른정책연구원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