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 손실기업들 가운데 수출시장 개척 등으로 영업이익을 늘려 경영을 정상화해가는 우량 중소업체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아직 많은 중소 상장사들이 키코 덫에 치여 고전하고 있지만,원 · 달러 환율이 최고점에 달했던 지난 1분기를 정점으로 키코 손실에 따른 충격이 감소하고 있어 실적이 개선되는 유망 업체들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설비 제조업체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성진지오텍은 올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듈화 설비 사업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 업체는 글로벌 에너지업체인 엑슨모빌과 조만간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엑슨모빌의 오일샌드 프로젝트 매니저가 이번 주 방한할 예정이다.

이 회사 신언수 사장은 "모듈화 사업은 공정 진도에 따라 수주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운전자금도 필요 없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가시화되면 내년 말 만료 예정인 키코 손실을 모두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분기 성진지오텍의 키코 손실이 1054억원에 달했지만,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3월 증자에 참여하는 것과 함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방식으로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계기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 산업은행의 신주인수가격(4000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3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주일렉트로닉스 이엘케이 미래나노텍 등도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키코의 덫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접속장치인 전자 커넥터를 만드는 우주일렉트로닉스는 지난 1분기 말 키코 손실이 160억원에 달했지만 원화 약세를 활용해 소니 등 일본 수출선을 새로 개척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보다 각각 35%,71% 급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해 키코에 물리기 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터치스크린업체인 이엘케이도 키코 손실을 딛고 올 들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올해 모토로라 등과 새로 거래를 시작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30~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장세가 주목되면서 주가는 키코 손실이 불거진 작년 4월 초(4200원)의 두 배가 넘는 8800원까지 급등했다.

미래나노텍도 지난해 213억원에 이어 올 1분기 72억원의 키코 손실이 발생했지만 주력인 BLU(백라이트유닛) 광학필름을 일본 대만 등에 신규 공급하면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5%,25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단 전문 바이오기업인 에스디도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키코 손실을 털어내고 있다. 에스디는 지난 1분기 매출 132억원에 영업이익 57억원을 거뒀다.

코텍 위닉스 가온미디어 원풍 윈포넷 에피밸리 등은 이미 키코 계약이 끝나 새출발하는 기업들로 평가된다.

카지노 모니터를 만드는 코텍은 지난 3월까지 총 4건의 키코 계약이 완료된 것을 계기로 실적이 호전되고 있어 일각에선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냉각기를 만드는 위닉스는 지난 3월 키코 계약에서 자유로워진 이후 신성장동력인 지열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여 지난 11일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최광혁 한화증권 연구원은 "키코 손실을 가늠짓는 원 · 달러 환율이 1분기 말 1377원에서 2분기에는 1200원대 중반으로 100원 이상 크게 떨어짐에 따라 키코 평가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키코 손실을 딛고 살아나는 기업들을 주목할 만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