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이상길씨(45 · 국민대 교수)의 작품은 주변의 풍경을 굴절된 형태로 흡수하기 때문에 언뜻 그림이나 영상 설치 작품처럼 보인다. 알록달록한 예쁜 유리구슬 같은 둥근 원 속에 담겨 있는 풍경이나 인물 등의 세상은 참으로 희한하기만 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작품을 쳐다보면 이번엔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회화적인 조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이씨의 개인전(7월4일까지)에서는 둥그런 형태의 스테인리스 모형에 반사와 굴절을 통해 주변 풍경을 시각적으로 조형화한 '접속' 시리즈 근작 20여점을 비롯해 '숨쉬고 있는 상자'시리즈 10점을 만날 수 있다.

이씨는 조각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작품성을 인정받아 잇따라 큰 상을 타고 있다. 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2003년엔 미국의 프리먼재단이 주는'2003 아시아 작가상'을 받았다. 2006년엔 국내 조각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로 선정됐으며,작년에는 국제 주얼리 디자인공모전에서 '우수 디자이너상'을 받으며 조각가로서의 재능을 보여 줬다.

전시장 1,2층에는 '당신의 마음 속으로,우리 함께'라는 주제로'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관람객,작가,작품이 혼연일체가 되어 교감과 소통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그의 '접속'시리즈(사진)에는 금속 표면에 반사돼 들어온 주변 풍경과 관람객들의 의식이 녹아 있는 듯하다. 또 하트 형상과 구(求) 등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들의 작품들 역시 서로 긴밀하게 이웃하면서 마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정겹고 따뜻한 미감을 준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