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유동인구만 40만명이 넘는 서울의 '쇼핑 1번지' 명동.천정부지 임대료를 감내하고 저마다 매장을 내고 싶어하지만 자리가 없어 못 들어갈 정도의 초특급 상권이다. 하지만 명동 중앙로 입구를 차지하고도 늘 안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롯데백화점 건너편 '아바타몰' 자리다. 1970년 코스모스백화점으로 개장하고,2001년 아바타몰로 새 단장했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지난 2년간 애물단지로 치부됐던 이곳이 '명동의 랜드마크'로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고 있다. 2007년 싱가포르 투자회사 퍼시픽스타(91.1%)와 우리은행(8.9%)이 공동 인수,2만3870㎡ 규모의 최신 복합쇼핑몰 '눈스퀘어(Noon Square)'로 탈바꿈해 오는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재개장한다.

이번에는 과연 실패의 고리를 끊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퍼시픽스타의 데스몬드 창 부사장은 "그동안 좋은 입지조건에서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요인이 있었다"며 "눈스퀘어는 예전과 달리 체계화된 운영을 통해 획기적인 복합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퍼시픽스타가 꼽은 가장 큰 실패 요인은 개인분양 시스템.코스모스나 아바타몰은 매장을 잘게 쪼개 분양해 체계적인 운영과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바타몰의 경우 매장을 1330개로 나눠 분양하는 바람에 '사장'만 1000여명에 달했다. 아바타몰은 초기에 CGV,스무디킹 등이 입점해 관심을 모았지만 개발이익과 분양에만 주력했을 뿐 사후관리가 부실했다. 패션 매장들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쇼핑몰로서 역량을 갖추는 데 실패했다는 것.

반면 눈스퀘어는 관리 · 운영을 맡은 자산운용사 코람코에 의해 백화점처럼 100% 임대로 운영된다. 특히 브랜드 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여 개장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 첫 진출하는 스웨덴 H&M을 비롯해 스페인의 자라,망고 등 세계 3대 SPA(패스트패션) 브랜드들로 1~4층을 채운다.

박용준 코람코 자산관리팀장은 "장기 임대를 통해 투자자들이 인테리어 등 매장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백화점들이 웬만한 브랜드를 다 쥐고 있어 '괜찮은 브랜드'를 끌어오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 측의 '압력(?)'으로 국내 브랜드 유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눈스퀘어의 타깃 고객이 20~30대 초반 여성이어서 영플라자와 컨셉트나 고객층이 겹치기 때문.

하지만 눈스퀘어는 현재 매장의 90% 이상이 계약 완료됐고 영화관 CGV,영풍문고와 스무디킹,토다이 등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식음료 매장을 들여와 복합쇼핑몰의 구색을 갖췄다. 오는 26일 망고,스티브매든,UFAB 등과 다음 달 자라에 이어 올 연말 H&M을 끝으로 입점을 완료할 예정이다.

눈스퀘어는 '명동의 랜드마크'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건물 리모델링 공사비로만 200억원 이상을 들였다. 명동입구에서 그냥 지나쳐 갔던 유동인구를 잡기 위해 건물 입구를 넓혔고 계단을 낮춰 설계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