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허술한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기업에 사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자구이행 노력도 인정해주지 않아서다. 이는 법원이 지난 15일 코스닥 상장사인 네오리소스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주권상장폐지절차 중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에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결과가 법원에서 뒤집힌 것은 제도가 도입된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실질심사는 매출,자기자본 등 양적인 수치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질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으면 심사를 통해 퇴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실질심사에서 "네오리소스의 자구이행은 재무구조 개선과 무관하게 상장폐지 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으면서도 어떤 행위가 회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기업에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서는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할 경우 해당 기업에 사유 및 근거를 통지토록 하고 있다.

거래소는 또 네오리소스가 조달한 50억원 중 10억원 정도가 재무구조 개선에 쓰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상장규정 시행세칙의 '상장폐지 회피'로 간주했다. 법원은 그러나 나머지 40억원 정도가 재무구조 개선에 쓰인 만큼 이 돈을 반영해 계산한 자본잠식률이 상장폐지 기준을 밑돌면 폐지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거래소도 할말이 많다. 거래소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에 쓰이지 않은 돈이 상당한데도 법원이 단순히 자본잠식률 계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실질심사의 취지와 맞지 않아 이의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상장폐지 실질심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의 이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장폐지 결정이 주관적이고 모호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질심사를 통해 시장 정화에 나서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거래소의 뜻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질심사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되레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거래소는 해당 기업과 주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심사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회부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