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박규진 교육원장(48)은 "부동산 경매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시세"라고 강조했다. 최근 경매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중개업소에 나온 급매보다 비싸게 낙찰받는 경우가 적잖게 나타나는 것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그는 "감정에서 경매까지 6개월에서 2년이 걸리는 경매의 특성상 어느 시점에 감정했는지에 따라 시세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감정가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 등 경매의 여러 지표는 참고만 하고,시세를 철저히 파악해 급매보다 높은 입찰가를 적어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실전투자를 통해 경험을 쌓고,2004년부터 지지옥션에서 경매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박 원장은 "낙찰 못 받는 게 경매에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 받는 게 실패하는 것"이라며 "세상은 넓고 경매물건은 많다는 생각으로 여유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초보자들은 낙찰받는 데 급급해 물건을 비싸게 매입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지금의 경매시장은 분명히 과열됐다"면서 경매 교육 수강생이 늘어나는 등 신규 참여자가 많아지고,부동산 경기 조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재 분위기가 올해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원장은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가지고 있던 부동산이라곤 1996년에 분양받은 일산의 105㎡(32평)형 아파트 한 채.월급도 220만원 정도로 두 아이를 키우며 가계를 꾸려나가기가 조금 빠듯할 정도였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점이라면 법무법인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경매 관련 법률과 시장 생리를 익힌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경매시장에는 공갈과 폭력이 판을 치던 위험지역이었다. 하지만 그 때 배운 경매지식이 10년 후 그를 수십억원대의 자산가로 만들어줄지는 본인도 알지 못했다.

박 원장이 경매를 시작한 것은 1999년.그는 "외환위기 직후 경매시장에 좋은 물건이 쏟아졌고,정부가 이 시기에 경매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는 바람에 경매절차가 투명해지는 한편 폭력배 등도 사라지게 됐다"며 "이후 자연스럽게 경매대중화 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도 이 시기에 상담업무를 접고,본격 투자에 뛰어들었다. 처음 경매를 시작한 종자돈은 2000만원.주택 공급과잉에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경매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인천의 다세대 · 연립주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인천에서는 보통 2000만~2500만원이면 전용면적 60㎡ 규모의 연립주택을 낙찰받을 수 있었는데,당시에는 낙찰가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며 "등기이전비 등 다른 비용을 합해도 실투자금은 700만원 정도면 투자가 가능했고,이마저도 매입 후 임대를 통해 바로 회수가 됐다"고 말했다.

회수한 자금을 다시 경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그는 한때 인천에서 다세대주택을 40여채까지 갖게 됐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박 원장은 물건선정과 권리분석을 하고,아내는 경매 입찰과 낙찰물건 관리를 맡았다. 1년 만에 낙찰받은 다세대주택의 월세수입이 월급을 넘어섰다.

그는 2004년에 매매가가 급등하자 물건을 모두 처분했다. 그의 손에 떨어진 돈은 8억원.5년 만에 2000만원이 40배로 불어난 것이다. 종자돈을 불린 박 원장은 2004년부터 투자대상을 서울시내 다가구주택으로 바꿨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건물주는 한 사람인데 세입자는 여러 세대여서 경매로 나오면 권리관계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낙찰이 돼도 임차인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탓에 낙찰가율이 보통 60% 선을 넘지않았다.

박 원장은 역세권이나 대학가 등 임대수요가 많은 지역의 다가구주택을 주로 선택했다. 그는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임대보증금으로 투자금액 회수가 가능한 물건만 공략했다"며 "시세의 60% 선에 낙찰받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반복했고,낙찰받은 물건은 6개월 이상 보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요즘 박 원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물건은 모텔이나 사우나 등 수익형 부동산이다. 도심 모텔을 낙찰받아 원룸이나 고시텔로 용도변경하거나,사우나를 스크린골프장으로 바꿔 가치를 올린 뒤 되팔고 있다. 입찰자들이 늘어나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처럼 시세차익을 챙기기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경매를 통해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부동산이 그의 손을 거쳐갔지만 정작 13년째 살고 있는 집은 분양받은 신규 아파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매로 모은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10년 전 500만원 수준이었던 1회 투자금액이 요즘에는 10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글=노경목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