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세계경제가 최악의 국면은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융완화정책을 놓고 당면과제가 인플레인지, 디플레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팽창된 통화와 여신, 저금리가 인플레를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아직도 과잉공급에 비해 수요 자체가 위축(萎縮)돼 있다고 반박한다.

따지고 보면 두 주장 모두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 둔화되고 있는 소비자물가(CPI), 실업자가 넘쳐나는 노동시장, 과잉 생산능력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등을 생각하면 당장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통화확장정책이 과거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한 적이 있었고, 특히 최근 들어 그런 심리가 달러가치 하락, 유가나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점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

핵심은 경기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금융통화정책도 이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고 보면 그만큼 신중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 지금 국내 경기상황은 정책효과 덕분에 하강세를 멈춘 듯해 보이지만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내수 수출 고용 등 실물부문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고, 2분기에 경기가 호전된다고 해도 다시 하강할 위험이 있다.

유동성 문제도 실제로 돈이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적어도 수요회복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걱정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시점에서 인플레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게 우리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