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깔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10t이 넘는 차를 들어올린 어머니 얘기를 기억하시는지요. 멀리 떨어져 있는 쌍둥이가 서로의 신체적인 고통을 구체적으로 느끼고 이를 표현하는 장면도 생각나죠.어떤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의 인적 정보와 외모,성격까지 알아맞힙니다.

이처럼 우리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초감각적 인식 능력이 있는 걸까요? 세계적인 심리분석가이자 임상의였던 엘리자베스 로이드 마이어 박사는 유작 《왜 여자의 육감은 잘 맞는걸까》(21세기북스 펴냄)에서 이 같은 현상을 '초월적 인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가 육감이나,텔레파시,예지몽이라고 부르는 '초월적 인식'의 세계는 의외로 넓고 풍부합니다.

저자의 경험을 들어볼까요. 어느날 그는 남동생이 지구 반대편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꿈을 꿨습니다. 처음엔 애써 무시했지만 갈수록 걱정이 됐지요. 나중에 알아보니 동생이 진짜로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길을 건너다가 자동차 사고로 쓰러진 것입니다. 런던에 있어야 할 동생이 인도에서 자동차에 부딪치는 이미지를 그가 어떻게 꿈꾸게 되었을까요. 수천 ㎞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해주는 무의식의 연상망이 우리 속에 감춰져 있다는 겁니다.

그는 또 신생아의 언어를 알아듣는 간호사와 종양에 생각을 집중시킴으로써 종양을 분해시킨 사람,환자에게서 빛을 발견한 의사 등 신비한 경험을 겪은 이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독특한 인지 과정을 분석하면서 기존의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 초감각적 인식의 실체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기도나 단순접촉을 통해 병을 치유하는 사람들,기도의 힘을 측정해 과학계와 종교계를 논란에 휩싸이게 한 서울 차병원의 '차-워스-로보' 실험,스탠퍼드연구소의 텔레파시 검증을 위한 제너카드 테스트 등 전문가들의 연구도 소개합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것이 또 하나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소통의 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