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야 말로 최고의 호재입니다. 경쟁사 고객을 우리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5일 한국능률협회(KMA)가 주최한 '격동기 시대,생존 마케팅 전략' 특별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몇가지 요소만 가지고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기업을 이기기는 힘들다"며 "위기 때는 경쟁자들로부터 그들의 고객들을 쉽게 떼어낼 수 있고 그들의 인재를 데리고 올 수 있는 등 높은 성장을 이룰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코틀러 교수는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모든 한국기업이 따라야 하는 단 하나의 마케팅 전략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업의 유형을 재무와 마케팅 역량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했다. 재무와 마케팅에 모두 강점이 있는 '강한 기업',재무는 강하지만 마케팅은 약한 '안정된 기업',재무가 약하지만 마케팅엔 강점이 있는 '고군분투하는 기업',재무와 마케팅 모두에서 약점을 보이는 '실패한 기업' 등이다.

그는 강한 기업은 경쟁자의 자산을 구입하고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킬 것을,안정된 기업은 더 강한 마케팅 팀을 구성하고 몇몇 유명 브랜드를 인수할 것을 주문했다. 고군분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비용 삭감과 현금 창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실패한 기업은 희망이 없으므로 인수 · 합병(M&A)당하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틀러 교수는 IBM GE 등에서 활동한 마케팅 전문가로 전세계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교과서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마케팅 원리(principle of marketing) 등 다양한 마케팅 관련 서적을 펴내기도 했다. 이날 특별 세미나에는 세계적인 석학의 강연을 직접 듣고자 찾은 기업체 관계자 11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