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현물 시장을 흔드는 전형적인 왝더독 장세가 펼쳐졌다. 외국인이 선물 매도 공세를 펼쳐 현물 시장을 쥐락펴락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가격 부담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일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7666계약 순매도했다. 금액으로는 약 6822억원에 달한다.

이날 주가지수선물은 외국인 매도로 인해 3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4일 코스피200 지수선물 6월물은 174.90으로 전일대비 4.50포인트, 2.51% 하락했다.

외국인의 선물 '팔자'로 현·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부진을 면치 못했고, 차익 프로그램 매매로 2900억원이 넘는 매물이 출회됐다.

최근 프로그램 매매가 매도 우위를 지속하면서 매도차익잔고가 전고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일 매도차익잔고는 3조6158억원으로 3월2일에 기록한 전고점인 3조6206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일부에서는 높은 매도차익잔고와 6조원대로 떨어진 매수차익잔고를 감안할 때 추가적으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당분간 프로그램 매도세가 지속돼 수급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 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식시장이 계속 오른데 따른 부담감과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해 외국인이 선행 매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선물 저평가가 심해 현물매도-선물매수로 수익을 노리는 신규 세력들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3조6000억원에 육박한 매도차익잔고가 4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백워데이션이 -1.0 이하로 심화되지 않는다면 차익 프로그램 매도 여력은 대략 9000억원 수준"이라고 점쳤으나 "백워데이션이 심화된다면 기존에 나서지 않았던 인덱스 펀드 역시 스위칭 매도를 시작할 수 있어 매도 여력은 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선물 거래량은 39만6186계약으로 4만1337계약 증가했다. 미결제약정은 4884계약 늘어난 11만2558계약으로 집계됐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5777계약, 1561계약 순매수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