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등' 펩시의 성공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승현 연구원은 4일 '만년 2등 기업, 펩시의 대변신'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1902년 콜라 회사로 출발한 펩시는 지난해 매출액 433억달러로 네슬레에 이은 세계 2위의 종합식음료기업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는데도 10%의 굳건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반면 코카콜라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19억달러에 그쳐 100억달러 이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펩시 약진의 기폭제가 '100년 콜라전쟁'에서의 패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6년 코카콜라와 펩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각각 42%, 31%로 과거 20년간 최대 격차로 벌어지고, 펩시가 앞서 있던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역전되자 당시 코카콜라 CEO는 "펩시에 대해 더 이상 신경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이 때부터 펩시는 사업구조와 마케팅, 조직문화 등에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변신에 착수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우선 피자헛과 KFC 등 외식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웰빙 트렌드에 맞춰 1998년 주스 업체 트로피카나, 2001년 게토레이를 보유한 퀘이커오츠를 인수했다. 아울러 카페인 스낵, 딸기맛 치토스 등 연간 200종 이상의 독특한 스낵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몸에 나쁜 탄산음료를 만드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완화시키고 종합 음료 및 스낵 업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특히 웰빙을 강조해 메이저 스낵 회사로는 최초로 2003년부터 모든 스넥 제품에서 트랜스지방을 제거하고, 2007년에는 해바라기유를 사용해 포화지방 함량을 50% 이하로 낮췄다.
마케팅은 젊은 층에 특화해 웹사이트와 UCC(손수제작물) 등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UCC로 올리는 '디어 미스터 프레지던트' 사이트를 오픈해 23일간 600만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젊음과 패기로 대표되는 오바마의 이미지를 펩시의 이미지에 오버랩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기업문화는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인력의 다양화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종업원 중 여성, 소수 민족의 비율이 30% 이상이며 2006년에는 인도 출신 인드라 누이가 CEO로 발탁됐다. 2007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펩시의 상징인 파란색을 포기하고 빨간색 캔을 과감히 도입한 것도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기풍에 기인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콜라전쟁에서의 패배로 펩시 경영진이 콜라에 얽매여 있던 시각을 넓힐 수 있게 했다"면서 "2000년대 이후 탄산음료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1996년부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업구조를 선제적으로 전환한 펩시 CEO의 혜안이 성공 비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반면 1등 기업은 성과에 안주해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이 가장 치명적인 위기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GM이나 세계 최대 보험업체 AIG는 비대해진 몸집으로 금융위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탓에 몰락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