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옆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변전소.이 앞을 지나던 한 LG전자 직원이 변전소 정문 게시판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게시판에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라고 영어로 쓰여 있는 포스터가 보인다. 머리를 긁적이던 LG전자 직원이 무릎을 친다. "아~참 LG가 아니고 한전이지."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진 것은 한전의 새 슬로건이 LG전자의 이전 슬로건과 비슷해서다. LG전자 문구에서 '그레이트 피플'을 빼면 한전의 것과 똑같아진다.

김쌍수 사장은 LG전자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던 2003년 '그레이트 컴퍼니,그레이트 피플'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뛰어난 인재를 키워 회사를 강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LG전자는 지난해까지 회사 홍보자료 등에 이 슬로건을 꾸준히 사용해 왔다. LG전자 관계자는 "김쌍수 사장이 '그레이트 컴퍼니'라는 문구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LG전자에서처럼 한전의 조직문화도 혁신하겠다는 뜻이 읽힌다"고 해석했다.

김 사장은 LG전자 부회장 시절 강도 높은 6시그마(불량률 제로화) 운동을 전개해 '혁신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전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21년간 유지됐던 7단계 직급을 5단계로 단순화시키고 처장급 76%를 대폭 교체하는 등 '혁신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58명의 한전 임원들을 사전 예고 없이 불러놓고 자신과 같이 일할 팀장급 직원을 스스로 뽑게 한 '26시간 깜짝 인사'로 "역시 김쌍수"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피플 컴퍼니'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 기존의 '그레이트 컴퍼니,그레이트 피플'을 점진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