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협력경영] 삼성 ‥ 명품끼리 만나 작품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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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배운 셈법으로 계산하면 1 더하기 1은 2다. 하지만 기업들의 시각에서 보면 1 더하기 1은 100도 되고 1000도 된다. 전혀 다른 두 개를 더하면 원래 갖고 있는 가치의 수천,수만배에 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셈법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기업의 덧셈법,'협업' '공동마케팅' 등으로 풀 수 있는 기업의 셈법을 가장 잘 체득하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전자 '애니콜'이 프리미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공동마케팅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휴대폰의 협업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유명 명품 패션 브랜드인 아르마니와 공동으로 아르마니폰을 만든 데 이어 최근에는 의류업체인 빈폴, 자동차 회사인 BMW와도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무한 크로스오버(cross over)
공동 마케팅의 범위는 무한한다. 삼성전자가 '손안의 PC'로 지칭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T옴니아'는 향수회사인 불가리와 손잡았다. 서울 신촌에 있는 애니콜 스튜디오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디지털 체험관에서 T옴니아와 불가리의 '옴니아 그린 제이드'를 공동 전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고객입장에선 휴대폰도 체험해보고, 신제품 향수의 향기도 맡아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삼성전자는 BMW와 함께 차량 내 센터콘솔에 BMW가 만든 무선충전기로 T옴니아를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별도의 충전기는 필요없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함께 다양한 공동 마케팅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품격과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한국도자기와 함께 전사지를 사용한 부드러운 수채화 타입의 디자인을 김치냉장고와 지펠 냉장고에 적용했다. 도자기 그릇에서나 볼 수 있던 온화한 느낌의 디자인을 주방용 전자제품으로 옮겨와 주부들의 감성을 자극하자는 전략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펠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한국도자기 세트를 주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도자기도 25종으로 구성된 수채화 패턴의 본차이나 혼수세트를 구성해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의류와 전자제품 간의 협업도
삼성전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들이 입고 나와 유행을 일으킨 제일모직의 빈폴 브랜드와 함께 디자인을 공유하기도 했다. 휴대폰의 커버 디자인에 빈폴의 패턴을 반영한 '햅틱POP'은 출시 이후 인기를 끌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출시 1개월 만에 누적판매량이 13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이 제품은 드라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에 의류 디자인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으로 햅틱POP에서 가장 인기있던 커버 디자인을 옷으로 직접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신사업에도 공동진출
삼성전기에서 LED(발광다이오드) 사업부를 분사해 만든 삼성LED는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와 손잡고 미래형 자동차에 들어가는 자동차 헤드램프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LED칩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삼성LED와 자동차 부품기술을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서로의 장점을 활용해 미래 자동차용 부품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역시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부품회사인 독일의 보쉬와 손잡고 지난해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설립, 하이브리드카(HEV)용 2차 전지 개발에 뛰어들었다. SB리모티브는 국내에 공장을 세워 2010년부터 HEV용 리튬이온 전지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2015년까지 HEV용 2차 전지시장에서 30%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사업 공동투자 및 진출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일본 소니와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을 협업하고 있다. 2004년 충남 탕정에 세운 S-LCD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TV 분야에서 경쟁관계인 소니와 LCD 패널을 이곳에서 함께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TV사업에서는 경쟁자이지만 패널 사업에서는 동료인 셈이다.
S-LCD는 2005년 4월 생산라인을 돌리기 시작해 최근에는 1조8000억원규모의 투자를 벌여 8-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8-2라인에서 생산되는 LCD 패널은 32인치, 46인치, 52인치 사이즈로 생산돼 각각 삼성전자와 소니에 공급돼 TV 등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11세대로 불리는 대형 LCD 패널 생산기지 구축도 소니와 합작하기 위해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