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이에 맞선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참여 선언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핵 실험 직후 패닉 현상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지만 금세 회복됐고 이후 약간의 조정이 있었을 뿐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로 내성(耐性)효과 입니다. 남북 정세가 불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별 탈 없이 끝났던 것을 사람들이 경험했습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거나 '북핵 시설을 폭격하겠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았을 무렵 큰 충격을 받은 주식시장이 곧바로 회복됐던 것을 본 사람들이 '이번에도 투자 기회'라는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북핵 문제가 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기 보다는 시장 자체를 깨뜨릴 수 있는 메가톤급 재료여서 위험의 정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북핵 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지면 금융시장이 아예 문을 닫아야 할 공산이 큽니다. 회피할 수 없고 수치화할 수도 없는 위험이라면 투자를 결정할 때 감안해야 할 위험 요인이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 전개 양상은 매번 다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핵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면적인 전쟁으로까지 확대되지 않는 한 북핵 사태는 생산이나 판매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 보다는 기업과 개인,외국인의 투자 및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는 심리에 좌우됩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여건이 좋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더 많은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호조로 인한 투자 분위기 개선과 소비심리 회복에 기대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마당에 북핵 사태가 찬물을 끼얹는다면 경기회복 시점은 늦춰질 수 있습니다. 북핵 사태의 위력을 경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