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제한적..中.러 공조 강화 여부 관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계기로 시험대에 올라 갈림길에 처하게 됐지만, 북핵 문제를 다루는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26일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당시 `포용정책'이 적대정책보다도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북한 핵실험은 향후 오바마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중요한 과제로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보다 강력한 새로운 제재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과잉대응을 하지 않고 현재의 대북노선을 유지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기존의 대북정책을 변경했던 부시 행정부처럼 포용과 외교적 접근을 더욱 강화할 것인가.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 목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으로부터 추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인가, 아니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궁극적으로 지향하는가.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어떠한 결론에는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 미 행정부 관리는 전했다.

답변은 복잡하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병증과 후계구도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북한의 내부 정세가 지극히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바마 정부 관리들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신속한 `비난' 반응에 고무돼 있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아주 강력하게 비난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효과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이 향후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보다는 국경지대의 체제 불안정에 대해서 더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행정부 관리는 북한 핵실험 후 국제사회의 공조 전망에 대해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며, 각국의 동기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인터넷판을 통해 "오바마 정부 관리들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식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 시험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보다도 더욱 강력한 대응을 추진할 작정"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직후 곧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온 직후 참모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긴급 회견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법을 위반한 무모한 행동"이라고 강력 비난하고 이에 맞선 행동을 다짐했다.

하지만 몇몇 백악관 참모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그들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비판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조치를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을 어떻게 설득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를 꼬이게 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스티븐 보즈워스 플레처 스쿨 학장을 '파트타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할 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관리'하려는 정책을 갖고 있다는 의구심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정권 인수과정에서 북한을 다루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오바마 행정부의 우선 순위에서 배제한 것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북한은 미 행정부의 직접 대화 제안을 거절했고, 지난 4월에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대응은 일관되지 못했다는 평가들도 있다.

물론 북한정책을 담당하는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 지명자인 커트 캠벨의 인준이 마무리되지 않아 `한반도 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탓도 있다.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이 있기 불과 며칠전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서 압력은 가장 생산적인 접근법은 아니다"며 "대화는 냉각기를 가진 후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 토론회에서 "북한은 싸움을 걸기를 원하며, 6자회담을 없애기를 원하고 있다"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세이모어는 그러면서 "북한은 9개월 안에 6자회담장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오로지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이와는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북한이 현 시점에서 6자회담에 복귀, 핵시설 불능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대북 정책 메시지에서 일관된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더욱 강력한 국제적 제재'와 새로운 외교적 접근법을 얼마나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느냐도 과제로 놓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