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최근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면서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은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인용,지난 몇 달간 세계에서 석유기업들과 투자가들이 취소하거나 연기한 원유 개발 투자가 17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하루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금액이다. IEA 보고서는 또 에너지회사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앞으로 최소 18개월 동안 추가로 하루 420만배럴의 원유 생산 증가가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패티 버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012년엔 유가 급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IEA는 이렇게 연기되거나 취소된 원유 개발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캐나다처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이 아닌 국가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끈적거리는 모래인 오일샌드의 세계 최대 매장 국가인 캐나다는 최근 저유가로 타산이 맞지 않아 약 1500억달러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이달 초 발표된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설문조사 결과도 에너지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세계 39개국 65개 전력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중 3분의 2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신규 투자 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국제유가는 이날 배럴당 62달러를 돌파하며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2% 급등하며 배럴당 62.04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11월10일 이후 최고가로,올 들어 상승폭은 39%에 달했다. 이날 유가 급등은 △미국 원유 재고 감소 △나이지리아 사태 △달러화 약세 등이 원인이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211만배럴 감소해 3억6850만배럴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정부군과 반군조직인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 간 교전 악화도 유가를 부추겼다. 맥쿼리퓨처스의 나우먼 바라카트 수석 부회장은 "유가가 50달러에서 60달러로 올라서는 데 한 달여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70달러대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