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 방치된 성(性)을 양지로 끌어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여의도에서 중년 부부 50쌍을 초청,기념 행사를 치른 김완배 제주 건강과 성 박물관 회장.그는 "성 문제를 솔직하게 말하다 보면 비도덕적이거나 음란하게 비쳐지기 쉬워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부의 날 행사도 건강한 성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제주에 성(性) 박물관을 개관한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지난 20여년 동안 세비물산이란 무역회사를 경영해 온 그는 수년 전 헬스맥스란 자회사를 설립,금연 비만 절주 등의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건강한 성 교육과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절감,2006년 남제주군 안덕면 감산리 1만3000여평 부지에 120억원을 투자해 박물관을 건립했다. 대규모 성박물관은 국내 처음이다. 수익성만 따졌다면 아까운 큰돈이다.

처음엔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김 회장의 설명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곧 반대 의견을 거뒀고,제주도청에서는"기왕 지을 거면 제대로 지으라"는 응원까지 받았다. 그림 조각 등 전시물 1200여점은 김 대표가 세계 각국을 다니며 사 모으거나 무역업을 하며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수집했다. 이렇게 탄생한 이 박물관은 연 25만여명이 다녀가는 제주의 명소가 됐다.

"성 박물관 얘기를 하면 야한 상상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박물관 입구에서 쑥스러워하던 분들도 나설 때는 밝은 표정으로 바뀌죠." 김 회장은 어른들에게 먼저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생각을 심어 줘야 청소년들도 건강하게 자란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성의식이 확산되면 그만큼 사회가 건강해지고 낭비 요소도 줄일 수 있다는 것.

김 회장은 성문제는 숨기는 것이 제일 무섭다고 말한다. 서양 사람들처럼 솔직히 대화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성 트러블도 감추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것.김 회장은 부부간 트러블 해결의 묘약은 대화와 스킨십을 늘리는 것이라고 처방했다.

"노부부가 손 잡고 걷는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젊을 때부터 정신적 교감을 넓히세요. "

글=최규술/사진=정동헌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