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 '사춘기'는 1891년 독일의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성(性)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들의 방황과 이를 바로잡으려는 어른들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창작 뮤지컬 '사춘기'와 브로드웨이판 파격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잇따라 국내 무대에 오르게 돼 주목된다.

100년 전 독일 학생들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이었는지,그 이야기가 한국 교실을 만나 어떻게 그려졌는지 비교해 보는 게 감상 포인트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한국의 10대들

'정미소 창작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첫선을 보인 뮤지컬 '사춘기'가 21일부터 명동 해치홀에서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공연에 들어간다. 자신의 꿈과 부모의 기대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이들,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괴로워하는 학생들,인터넷 세상 속 그들만의 언어 등 우리나라 청소년의 모습과 고민을 정성스레 담아낸다. 극작가 이희준씨와 연출가 김운기씨가 이 시대 한국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로 완전히 바꿔 관객의 공감대를 넓힌 점이 눈에 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인 만큼 성(性)에 대한 이야기도 거침없지만 노골적인 표현보다는 안무를 통해 상징적,시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많다. 이 작품은 지난 4월에 열린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 창작뮤지컬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오승준,에녹,임수연,이희준,김보현 등 톡톡 튀는 신인 배우들이 무대를 꾸민다. 연출가 김운기씨는 "새로운 배우,음악과 안무의 변화 등 모든 면에서 초연 때와 달라졌다"며 "관객과 좀 더 가까워진 큰 무대에서 청소년들의 꿈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작곡가 박정아씨는 "이번 공연에서는 인물들의 아픔,이야기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편곡을 했고, 더 쉽고 편하고 신나는 분위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뮤지컬 '스프링…'

브로드웨이 버전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오는 7월4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국내 초연을 갖는다. 독일 미국 영국 일본을 거쳐 한국 무대에 서는 이 극에는 임신과 자살,동성애 등 파격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노골적인 성애 장면을 무대 위에 그대로 올렸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2007년 토니상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최우수작품상,각본상,음악상 등 8개 부문 수상을 휩쓴 작품.서정적이고도 강렬한 록 음악과 공식을 파괴한 독창적 안무를 통해 청소년들의 억눌린 욕망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은 브로드웨이 버전을 한국어로 번안해 국내 무대에 그대로 옮길 예정이다. 이번 한국 초연을 위해 오리지널 프로덕션에 참여한 현지 스태프들이 내한해 국내 스태프들과 공동작업 중이다. 김무열,조정석 등 뮤지컬계 스타들과 김유영을 비롯해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인들이 출연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