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작년 8월 김쌍수 사장 취임 이후 인사 조직 업무 등을 아우르는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24처 89팀이던 본사 조직을 21처 70팀으로 줄이는 한편 송전 · 배전 · 판매 등 사업소 업무를 총괄하는 통합형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해 고객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한전은 앞.으로 사업부 간 경쟁을 통해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뿌리내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속도 내는 인사혁신

다음 달 한전 간부들은 업무 평가를 받게 된다. 올해 도입한 '공개경쟁 보직제'의 후속 조치다. '공개경쟁 보직제'는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김쌍수 사장이 청탁,로비,내부 연줄 동원 등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핵심 개혁작업이다. 한전은 이 같은 제도를 도입,지난 1월11일 2급(부장) 이상 간부 1073명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본사 처 · 실장,지역본부장,해외사업소장 등에 임명된 54명이 팀장급(본사 팀장,지방 지점장 등) 1019개 직위에 지원한 5700여명(경쟁률 5.7 대 1)의 지원서를 직접 검토한 뒤 선발토록 한 것.인사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한 대신 직접 선발한 팀장들과 근무해 이뤄낸 성과를 처음으로 평가 받게 되는 셈이다. 인사청탁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자율과 경쟁을 촉진하는 한전의 인사실험은 이미 다른 공기업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형 원전' 첫 수출할까.

올해 한전의 중점 사업 중 하나는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원전)의 첫 수출이다. 기회는 중동,그 중에서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찾아오고 있다. 우선 요르단은 2017년까지 2000~3000㎿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한국전력과 아레바(프랑스)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이 1400㎿급인 만큼 1~2기를 지어야 한다. 요르단이 한 곳과 수의계약을 할지,경쟁입찰에 부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UAE가 계획 중인 원전 사업은 더 규모가 크다. 2017년까지 5000~6000㎿ 규모로 짓겠다는 것으로 한국형 원전 3~4기에 해당된다. 사업비는 140억~160억달러로 추산된다. UAE는 7월까지 2곳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 가운데 한 곳을 9월께 최종사업자로 확정할 계획이다.

입찰 사전자격심사(PQ)에 참여한 한전은 이달 중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웨스팅하우스 GE),프랑스(아레바) 일본(도시바 히타치 미츠비시) 러시아(AEP) 등이 잠재적 경쟁 상대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기자재와 부품의 국산화율이 95%에 달하고 있어 해외 수주가 이뤄지면 수출도 크게 늘게 된다"고 말했다.

◆10大 우라늄기업 최대주주 된다

한전은 조용한 경영혁신을 추진하면서 해외 자원,특히 우라늄 확보에서도 커다란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10위 우라늄 생산 회사인 캐나다 데니슨의 주식 19.9%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지난달 체결한 것.한전은 데니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5800만주를 7540만 캐나다달러(6210만달러)에 매입하게 된다. 본계약은 두 달여간 실사를 거쳐 늦어도 6월15일까지 체결할 계획이다. 한전이 갖게 될 지분 19.9%는 현재 최대주주인 루카스 런딘 회장의 지분(증자 참여 시 14.5%)보다 많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한전은 지분 인수 이외에도 2010년부터 6년간 데니슨의 우라늄 정광 생산량 가운데 20%인 1800t을 확보,매년 300t씩 들여올 계획이다. 1800t은 한국의 연간 우라늄 사용량 4000t의 절반에 육박하는 큰 규모다. MOU 내용엔 데니슨이 자산을 매각하거나 신규 투자를 할 때 한전이 우선적으로 참여하는 '선취권'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전이 캐나다 우라늄광산 개발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한국의 우라늄 자주개발률이 0%에서 8%로 올라가고,한전은 세계 10위의 중견 우라늄 개발 및 생산회사의 최대주주로 광산 운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게 된다. 또 향후 우라늄 메이저 회사들과 우량 광산을 공동 개발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