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통령께서는"-盧 "검사님은"
검찰 "법과 원칙 따라 사건 처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대검 중수부에 `포괄적 뇌물죄'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검사의 신문에 응하며 본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3시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말씀을 잘 하시고 자기 주장도 잘 하고 계시다"며 "지금까지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20분께 대검청사에 도착해 허영 대검 사무국장의 안내로 7층 중수부장실을 찾아 10분간 이인규 중수부장 및 홍 기획관과 녹차를 마신 뒤 11층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이 중수부장은 "국민이 수사를 지켜보고 있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게 잘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사명과 정의감도 이해한다.

다만 조사과정에서 서로간의 입장을 존중해 달라"고 답했다.

조사실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담배를 피운 뒤 오후 1시40분부터 주임검사인 우병우 중수1과장과 배석한 김형욱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으며 문재인 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을 돕고 있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네진 600만 달러의 `포괄적 직무 관련성'을 따지기 위해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 및 박 회장과 관계 등을 먼저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신중하되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문 변호사는 제3자의 위치에서 조력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며 따로 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없다고 홍 기획관은 전했다.

검찰은 ▲100만 달러 ▲500만 달러 ▲12억5천만원 등 기타 사항을 시간 순서에 따라 신문할 계획이며 의혹별로 김 검사와 이선봉, 이주형 검사가 번갈아 신문에 참여한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는 "대통령께서는.."이라고, 노 전 대통령은 "검사님"이라고 호칭을 부르고 있다.

신문 내용은 모두 녹화되고 있으며 중수부장과 홍 기획관이 모니터로 지켜보며 실시간으로 지휘하는 한편 임채진 검찰총장에게도 수사 내용이 수시로 보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필요시 저녁식사 이후 노 전 대통령과 대질신문을 하기 위해 박 회장과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을 구치소에서 불러내 오후 2시께부터 대검 청사에 대기토록 했다.

홍 기획관은 "전직 대통령께서 조사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을 방문한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전직 대통령의 예우와 피의자 권리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사안의 실체는 철저히 규명하고 사건 처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