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끼고 꽉 막힌 삶…고승들에게 출구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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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혜정·고우·우룡·무비·근일 등 선지식 8명
수행 깨달음 담은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 출간
수행 깨달음 담은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 출간
"하루는 아침에 좌선을 하고 있는데 불현듯 '무시이래(無始以來)…'하는 구절이 떠오르더니 '그 무시이래가 비롯함이 없는 아득한 옛날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구나!'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강한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서장》(송나라 대혜종고 선사의 선수행 서간집)을 찾아보니 그 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대목이 화두 빼고는 다 이해가 돼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에서 공을 여의어야 했는데…."
조계종 원로 고우 스님(72 · 봉화 금봉암 주지)이 들려주는 수행담이다. 고우 스님은 "35세(한국 나이)였던 1971년 상주 심원사에서 지유 · 대효 스님과 정진할 때 깨달음이라 하기엔 그렇고,좋은 경험이 있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또 1985년 경북 봉화의 각화사 동암에서 공부할 땐 무심코 펼친 《육조단경》의 <정혜불이품(定慧不二品)>에서 '통류(通流)'라는 말을 보는 순간 '강렬한 충격'이 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 100척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딤)'라는 말이 이해가 됐고 선어록을 보면서 막힘이 없었다는 것.고우 스님은 "확철대오는 아니고 지견(知見)이 조금 열렸다고나 할까요"라면서도 "이 경험이 내가 중노릇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고우 스님을 비롯해 불교계의 대표적 선지식 8명의 출가와 수행 과정 및 삶에 대한 지혜를 담은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박희승 지음,은행나무)가 출간됐다.
지은이 박희승씨는 조계종의 스테디셀러인 《불교입문》 《조계종 수행의 길-간화선》 등의 불교책을 기획하고 필진으로 참여했던 인물.진제(75 · 부산 해운정사 조실),혜정(76 · 조계종 원로의원),우룡(77 · 경주 함월사),무비(66 · 전 조계종 교육원장),근일(69 · 상주 고운사 회주),무여(68 · 봉사 축서사 주지),혜국(62 · 충주 석종사 선원장) 스님 등을 찾아가 이들의 수행담과 깨침의 순간,선 수행을 위한 조언과 삶의 지혜를 문답식으로 전해준다.
'북(北)송담,남(南)진제'로 불리며 수좌계의 대표적 선지식으로 손꼽히는 진제 스님은 화두를 타파한 깨침의 세계를 "굳이 표현한다면 눈앞의 중중무진한 모든 관문,태산 같은 관문이 싹 없어지고 진리의 세계가 현전(現前)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참선할 때 항상 2m 앞 아래에다 화두를 두면 상기(上氣 · 화기가 머리로 쏠리는 병)도 피하고 바른 자세가 유지된다"며 "그러면 가고,앉고,눕고,일을 하고 산책하는 가운데서도 항상 화두가 순일하고 무르익기 쉽다"고 조언했다.
혜정 스님은 "어느 날 용맹정진을 하다가 홀연히 앞 벽이 무너지고 둥근 빛이 눈앞에 보이면서 육신이 공중에 붕 뜨는 체험을 했고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이런 경계가 나타났다"고 들려준다.
또 우룡 스님은 "어느 겨울 새벽예불을 위해 대웅전 계단에 올랐을 때 하늘과 땅,물질세계가 없어지고 산도 없고 들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시간도 공간도 잊어버리고 딱 떨어져버린 세계를 봤다"며 '공(空)의 세계'를 체험한 이야기를 전한다.
혜국 스님은 졸음을 이기기 위해 전날 저녁 머리 위에 얹어놓았던 발우가 다음 날 아침 와장창 떨어지는 소리에 "내가 완전히 없어져 버리더라"고 했다. 근일 스님은 "아픈 것을 마음으로 관하니 도리어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의 편안함을 얻었다"고 했고,무비 스님은 "하루에 잠 한 번만 잤으면 좋겠다. 하루에 화두 한 번만 들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공양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고 한 범룡 스님(전 조계종 전계대화상)의 말을 전해주며 '뼈를 깎는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09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조계종 원로 고우 스님(72 · 봉화 금봉암 주지)이 들려주는 수행담이다. 고우 스님은 "35세(한국 나이)였던 1971년 상주 심원사에서 지유 · 대효 스님과 정진할 때 깨달음이라 하기엔 그렇고,좋은 경험이 있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또 1985년 경북 봉화의 각화사 동암에서 공부할 땐 무심코 펼친 《육조단경》의 <정혜불이품(定慧不二品)>에서 '통류(通流)'라는 말을 보는 순간 '강렬한 충격'이 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 100척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딤)'라는 말이 이해가 됐고 선어록을 보면서 막힘이 없었다는 것.고우 스님은 "확철대오는 아니고 지견(知見)이 조금 열렸다고나 할까요"라면서도 "이 경험이 내가 중노릇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고우 스님을 비롯해 불교계의 대표적 선지식 8명의 출가와 수행 과정 및 삶에 대한 지혜를 담은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박희승 지음,은행나무)가 출간됐다.
지은이 박희승씨는 조계종의 스테디셀러인 《불교입문》 《조계종 수행의 길-간화선》 등의 불교책을 기획하고 필진으로 참여했던 인물.진제(75 · 부산 해운정사 조실),혜정(76 · 조계종 원로의원),우룡(77 · 경주 함월사),무비(66 · 전 조계종 교육원장),근일(69 · 상주 고운사 회주),무여(68 · 봉사 축서사 주지),혜국(62 · 충주 석종사 선원장) 스님 등을 찾아가 이들의 수행담과 깨침의 순간,선 수행을 위한 조언과 삶의 지혜를 문답식으로 전해준다.
'북(北)송담,남(南)진제'로 불리며 수좌계의 대표적 선지식으로 손꼽히는 진제 스님은 화두를 타파한 깨침의 세계를 "굳이 표현한다면 눈앞의 중중무진한 모든 관문,태산 같은 관문이 싹 없어지고 진리의 세계가 현전(現前)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참선할 때 항상 2m 앞 아래에다 화두를 두면 상기(上氣 · 화기가 머리로 쏠리는 병)도 피하고 바른 자세가 유지된다"며 "그러면 가고,앉고,눕고,일을 하고 산책하는 가운데서도 항상 화두가 순일하고 무르익기 쉽다"고 조언했다.
혜정 스님은 "어느 날 용맹정진을 하다가 홀연히 앞 벽이 무너지고 둥근 빛이 눈앞에 보이면서 육신이 공중에 붕 뜨는 체험을 했고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이런 경계가 나타났다"고 들려준다.
또 우룡 스님은 "어느 겨울 새벽예불을 위해 대웅전 계단에 올랐을 때 하늘과 땅,물질세계가 없어지고 산도 없고 들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시간도 공간도 잊어버리고 딱 떨어져버린 세계를 봤다"며 '공(空)의 세계'를 체험한 이야기를 전한다.
혜국 스님은 졸음을 이기기 위해 전날 저녁 머리 위에 얹어놓았던 발우가 다음 날 아침 와장창 떨어지는 소리에 "내가 완전히 없어져 버리더라"고 했다. 근일 스님은 "아픈 것을 마음으로 관하니 도리어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의 편안함을 얻었다"고 했고,무비 스님은 "하루에 잠 한 번만 잤으면 좋겠다. 하루에 화두 한 번만 들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공양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고 한 범룡 스님(전 조계종 전계대화상)의 말을 전해주며 '뼈를 깎는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09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