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폐회를 이틀 앞둔 28일 한나라당이 `쟁점법안 직권상정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달초 여야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에 따라 `4월 경제법안 처리, 6월 미디어법안 처리'라는 시간표를 마련한 한나라당이 야권에 대한 법안처리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 셈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경제개혁법안은 국회의장이 선언한 대로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당수 쟁점 경제법안들이 상임위에서 `날치기' 통과됐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쟁점 경제법안은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관련한 소득세법 개정안 ▲4대 보험 통합징수와 관련한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이다.

가장 진도가 늦은 법안은 다주택자 양도세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현재 기획재정위 계류중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29일 처리를 목표로 법안 심의에 나설 예정이나 민주당은 강력 저지할 방침이다.

기획재정위는 전날 소위를 열어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기본세율인 6∼35%로 낮추되, 투기지역에 한해 10%포인트 추가 과세토록 하는 대안을 의결했었다.

나머지 4개 법안은 현재 본회의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의 유선호 위원장인 만큼 처리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이중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이 뜨거운 감자다.

한나라당은 법사위의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로 한정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정무위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의 내용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3일 야당의 반발 속에 정무위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기업)의 시중은행 지분소유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산업자본의 사모펀드투자회사(PEF) 출자 한도를 10%에서 20%로 각각 높이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2월 임시국회 막판에 여야 정책위의장간 논의됐던 `기업의 은행 지분소유 한도 9%, 산업자본의 PEF 출자 한도 18%'안이 수용돼야 법사위 통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토공.주공 통합법의 경우 토공.주공 통합 회사의 본사 및 인력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여야가 대치중이다.

현재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가 본사.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토공.주공 통합법을 일단 통과시킨 뒤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본사.인력 배치에 대한 논의를 매듭지은 뒤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다만 4대 보험 통합징수와 관련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경우에는 민주당도 `극력 저지'라는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어 이번 임시국회중 통과가 예상된다.

이 같은 입장차 속에 여야 수석 원내대표가 29일부터 추경 예산안 문제를 비롯해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29일 재보선 결과 역시 30일 마지막 법사위 및 본회의에서의 각당 스탠스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법안을 둘러싼 팽팽한 대치가 재보선 승패에 따라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쟁점법안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이 또다른 열쇠를 쥐고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4월 처리키로 합의한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간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게 국회의장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