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前) 대통령은 23일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있어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주위에 유신시대 사람들이 많아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4년 만에 고향 방문길에 나선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목포 신안 비치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지금은 민주주의 위기, 서민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야 오해도 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긴다"면서 "그러려면 이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인정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

만약 대화가 안 되면 큰 민족적 고립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이 나라의 이름으로 합의해 놓은 것은 후임 대통령이 뒤집어서는 안 된다"며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인정하면 북한도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다음 달 초 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하며, 세부적인 일정은 중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에는 박준영 전남지사와 정종득 목포시장, 주승용, 박지원, 유선호 의원 등 민주당원과 지지자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낮 함평역에서 인사말을 통해 "인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자와 정면으로 목숨을 걸고 싸웠고, 5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6년반을 감옥에 있었지만 전라도 여러분의 압도적인 성원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생 여러분에게 큰 은혜를 입고 여러분의 덕택으로 나랏일도 마쳤다"며 "우리는 힘을 합쳐 독재를 물리치고 파탄 직전의 경제도 살렸으며 전쟁까지 했던 남북 간에 화해의 기운을 가져와 10년간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24일 고향 하의도를 방문해 '하의 3도 농민운동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다.

(목포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chog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