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2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촉발된 경제위기가 생각만큼 빨리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담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이른바 'G3'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더딜 것으로 점쳤고,그 여파로 신흥시장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선진국 경기회복 속도 더딜 것"


IMF가 전망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1.3%로 지난 1월(0.5%)보다 1.8%포인트나 낮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당초 3.0%로 예상했던 것에서 1.9%로 대폭 낮췄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IMF는 이 같은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을 "미국 EU 일본 등 G3국가들의 경기회복 시기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2.8%로,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6%에서 0%로 낮췄다.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이 여전하고 주택시장이 다시 한번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IMF는 예측했다. EU의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수출 감소가 예상돼 올해 성장률은 -6.2%,내년 성장률은 -1.0%로 낮췄다. 일본에 대해서는 제조업 수출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가 위축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6.2%,0.5%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IMF는 이처럼 주요 선진국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신흥 개도국의 경기도 당분간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힘들고 회복되더라도 그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제조업 수출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수출국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과 인도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내수 증가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점쳤다.

IMF는 내년 이후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해서도 "하방(下方)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고 금융 불안과 이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기업 및 가계 부도 위험과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한국, V자형 회복 어려워"

세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여파는 한국에도 고스란히 미쳤다. IMF는 당초 4.2%로 예상했던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다. 이 같은 전망치 하향폭은 G20국가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세계 경기침체가 더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IMF가 처음에는 -5% 중반까지 낮추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광공업생산 지표가 호전된 점 등을 반영해 종전 전망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IMF는 이같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금융 및 재정확대 정책을 권고했다. 금융 정책과 관련,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데 따른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준비할 것"과 "부실 금융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충분한 수단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일단 이번 IMF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상관없이 내년 성장률 목표인 '4% 내외'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윤종원 국장은 "IMF가 세계 주요국 경기회복 부진의 영향으로 내년 성장률을 낮췄지만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1.5% 이상 성장률을 올릴 수도 있다"며 "우리 경제가 선진국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