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은행 카드사업 부문 분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2003년 신용카드 부실사태 이후 은행의 우산 아래로 신용카드 부문이 속속 들어온 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독자적인 신용카드 회사를 만들어 적극적인 영업과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카드 부문을 별도회사로 분리할 경우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나고 공격적인 영업에 따른 부실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금융위기 상황에서 채택하는 전략으로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위기가 기회' 역발상

하나금융은 당초 카드 유효회원 수가 500만명이 넘으면 카드 부문 분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유효회원은 최근 6개월 내 한번 이상 카드를 사용한 회원을 말한다. 지난 3월 말 하나은행의 카드 회원 수는 570만명,유효회원 수는 350만명으로 카드사 분사의 기준에 못미친다.

그런데도 하나금융이 신용카드 부문을 분사하기로 확정한 것은 과감한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하나카드의 회원 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약 4%로 카드업계 순위 5~6위에 머물고 있다. 과감한 시장 공략이 없으면 시장 판도를 흔들기가 어렵고,이왕에 공격적인 전략을 펴려면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야말로 가장 좋은 기회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0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모든 카드사들이 최근 들어 소극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위험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카드사업에서 후발주자인 하나은행으로서는 선두권을 추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에서는 예금 대출 등이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카드 부문을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분사를 계기로 독자적인 신용카드 영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평소 "카드는 금융업과 유통업의 중간 영역"이라며 카드만의 독자적인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조달금리 상승 우려

카드사들의 평균 조달금리는 연 5%대 후반으로 은행에 비해 1%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이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하나카드도 은행에서 떨어져 나오는 즉시 자금조달 비용이 1%포인트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점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카드사 분사가 부실을 더 키우고 업계의 과당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신용카드 분사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신용카드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펴다보면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무리한 할인경쟁보다는 금융 유통 통신 서비스를 융합한 복합상품을 개발해 카드시장 전체를 키워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