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3국이 유로화 도입을 위한 준비에 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 재무부 마렉 로츠쿠르트 금융정책국장은 15일 TVN CNBC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ERM Ⅱ 가입 시기를 내달 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7월로 설정된 가입 목표 시기가 타당한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RM Ⅱ'는 유로존 가입을 위한 기준 중 하나로 자국통화와 유로화의 환율을 변동허용폭(±15%) 이내로 최소 2년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동안 폴란드 정책 당국은 유로화 도입 시기를 놓고 의견 대립을 겪었다.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유로존에 가입해야 한다며 ERM Ⅱ 가입 시기를 올 7월로 잡아놨다.

반면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과 중앙은행은 가입 기준들에 맞추려다 세계 경제위기 와중에 자칫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조기 가입에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가 지난 1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200억달러의 단기자금 지원을 요청, ERM Ⅱ 가입 시기 결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중앙은행 관계자는 즐로티화 안정에 도움을 주는 조치로 ERM Ⅱ 가입 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비해 헝가리는 유로화 도입을 위해 재정적자 기준과 씨름하고 있다.

유로존에 가입하려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묶어야 하기 때문.
버이너이 고르돈 헝가리 신임 총리는 지난 14일 재정적자를 2.9%로 낮추기 위해 과감한 재정지출 축소 등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헝가리 재정적자는 2006년 GDP의 9.2%까지 치솟았으나 쥬르차니 페렌츠 전 총리의 고강도 긴축정책으로 지난해 3.4%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쥬르차니 전 총리가 지지기반을 잃으며 자진 사퇴해야 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과도정부를 이끌 버이너이 신임 총리도 재정적자 축소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헝가리 포린트화는 260억달러의 IMF 구제금융 자금이 국가부도(디폴트) 우려를 어느 정도 낮출 것이라는 기대 아래 최근 안정된 모습으로 돌아섰다.

체코는 미렉 토폴라넥 총리의 중도 퇴진으로 오는 10월 초기총선이 예정돼 있어 그동안 보여온 ERM Ⅱ 가입 시기 관망이 계속될 전망이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이 유로화 조기 도입에 반대하는 등 체코는 ERM Ⅱ 가입을 서두르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

헝가리, 폴란드 등과 달리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은 체코 경제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가 고조된 지난 2월까지 이전 6개월 동안 체코 코루나는 유로화 대비 12% 하락한데 비해 폴란드 즐로티화와 헝가리 포린트화는 각각 28%, 20% 급락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