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고속 질주를 하며 증시 상승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발 훈풍과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너무 급등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전일 상한가에 이어 10일에도 740원(8.03%) 올라 연중 최고치인 9960원으로 마감했다. 신한지주도 350원(1.17%) 오른 3만300원으로 장을 마쳐 3개월 만에 3만원대에 진입했다. 외환은행(8.11%) 기업은행(5.31%) 하나금융(4.13%) KB금융지주(0.66%) 등 다른 은행주들도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금융지주를 제외한 은행업종지수는 이날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가장 높은 5.97%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201.03으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은행업종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30% 가까이 오르며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선행지수가 회복되는 등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은행주 편입 비중을 높이려는 투자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전날 미국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가 올 1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30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발표하면서 미국 금융주가 회복 시점에 도달했다는 기대감도 은행주 강세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미국 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는 소식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걷힌 것도 은행주 상승에 불을 지폈다.

은행주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경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 실적이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 안팎에 불과해 실적 개선을 고려할 때 앞으로 0.9배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은행주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은행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