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정신세계가 깊이 담긴 경복궁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

10일 오후 서울 경복궁 근정전 앞.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은 외국인 유학생 10여명 등 학생 70여명에게 경복궁의 역사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이 총장은 근정전과 사정전,경회루,자경전을 따라 걸으며 경복궁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선현들의 지혜와 문화를 다양한 일화를 섞어가며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이화여대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총장님과 함께하는 역사문화 체험'시간으로 지난해 10월 '종묘 역사문화 체험'에 이어 두 번째다. 사학을 전공한 이 총장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총장은 근정전 앞 명당수를 가리키며 "명당수는 예전에 맑은 물이 흘렀던 곳으로 위정자들이 근정전으로 들어가기 전 명당수를 보며 마음을 깨끗이 한 뒤 바르고 공정한 정치를 펼치라는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근정전 앞 계단 난간에 있는 해태를 가리키며 이 총장은 "이 해태 두 마리는 부부 사이인데 경복궁에 자주 오는 사람도 이들 사이에 새끼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며 "앞으로 결혼사진은 여기서 찍고 아이들도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초회루 교태전 등을 지나 명성황후 시해장소에 이르렀을 때 이들 일행의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이 총장은 "경복궁은 일제치하 때 가장 많이 훼손된 우리 유산 중 하나로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글로벌 인재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먼저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베트남인 은옥씨(25)는 "한국에 유학온 후 경복궁에 세 번 정도 왔었지만 한국전통의 미가 곳곳에 숨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며 "한국의 역사문화에 깊이 감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