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속도를 자동 감지해 저속에선 주변을 넓게 비추고,100㎞/h 이상 고속에선 빛을 멀리 쏴 운전자 시야를 확보해준다. '

현대 · 기아자동차 협력업체인 에스엘이 오는 12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 모터쇼에서 선보이고 있는 차세대 지능형 헤드램프(AFLS)의 첨단 기능이다.

이 램프 특히 도심 횡단보도에서는 주변 보행자의 눈부심을 막기 위해 빛의 세기를 스스로 줄인다. 비가 올 땐 빗물에 빛이 반사돼 상대편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현상을 막도록 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국내외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한발 앞선 인공지능 헤드램프 상용화를 위해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 헤드램프 빛의 전쟁

신형 에쿠스 헤드램프는 차가 곡선로에 진입할 때면 운전자의 넓은 시야 확보를 돕기 위해 핸들 움직임에 따라 좌우로 움직인다. 아우디 렉서스 등 해외 럭셔리카의 헤드램프 기술도 아직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앞으론 더 똑똑한 헤드램프가 나온다. 김재만 에스엘 기술연구소 사장은 "신형 에쿠스에 장착된 것은 초보 수준의 지능형 헤드램프로 조만간 훨씬 많은 기능을 갖춘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엘은 빗길에 반응하는 웨더(weather) 빔,도시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약한 빛을 넓게 비추는 시티(city) 빔,고속도로 등에선 강한 빛을 멀리 쏘는 오토웨이(autoway) 빔 등의 기능을 한꺼번에 채택한 헤드램프 개발을 끝내고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기아차가 올 연말께 내놓을 첫 준대형 세단 VG(프로젝트명)나 신형 에쿠스 업그레이드 모델 등에 탑재하는 방안을 놓고 현대 · 기아차와 협의중이다.

◆친환경 LED 램프도 초읽기

차세대 광원이라 불리는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 분야에서도 경쟁이 뜨겁다. LED는 태양빛에 가장 가까운 광원으로 야간 운전 때 운전자의 가시성을 더 좋게 해준다. 기존 광원(고휘도 방전등)과 비교해 수명은 5배 길지만 전력 소모량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처럼 덩치가 작아 헤드램프의 디자인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가 LED에 주목하는 이유다.

LED 헤드램프 경쟁은 도요타가 2007년 하이브리드 차량인 렉서스 'LS600h'에 LED 램프를 장착하면서 불을 붙였다. 작년엔 아우디 R8과 캐딜락 에스컬레이터 등에도 LED 헤드 램프가 탑재됐다.

국내 부품 업체들도 LED 헤드램프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기술 개발을 거의 끝냈다. 현대모비스는 기술 수준이 같은 램프를 더 싸게 내놓을 방침이다. 삼성LED로부터 저렴한 국산 칩을 공급받는 데다 모듈에 들어가는 LED 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방명극 현대모비스 연구원은 "아우디 R8 등 해외 럭셔리카는 LED 헤드램프 장착 옵션 비용이 500만원가량이나 되지만 앞으로 나올 국산제품은 절반 이하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7월 초 자동차안전기준상 LED를 광원에 추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에서도 LED 헤드램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에스엘은 중소형 전륜구동(앞바퀴굴림방식) 차량용 LED램프 개발을 끝냈다. 해외 경쟁사들이 고급 후륜구동 차량용 LED램프만 내놓고 있는 점을 감안한 틈새 전략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