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일본 프로야구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주전 생존경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승엽은 8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계속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방문경기에서 시즌 시작 5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승엽은 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다 팀이 12-1로 크게 앞선 9회초 2사 1루 마지막 공격 때 대타로 나왔지만 그마저 2루 땅볼에 그쳤다.

이날 선발 제외는 요코하마가 좌완 투수를 선발로 내세운 데 대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대응책으로 볼 수도 있다.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에 약한 경향이 있는 만큼 오른손 타자를 중용한 소위 `플래툰시스템' 체제라는 것이다.

3루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포수 아베 신노스케를 빼면 오른손 타자 일색의 타순을 꾸민 걸 보면 일견 그런 면이 있다.

1루수로도 오른손 타자 에두가르도 알폰소가 기용됐다.

그러나 좀 심각하게 본다면 이날 선발 제외는 플래툰시스템 측면보다는 이승엽의 주전 생존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할 듯하다.

이승엽이 하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경우 1루 자리를 놓고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2루수로만 활약하다 실전에서 처음 1루를 맡은 알폰소는 4회 좌월 솔로홈런과 5회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2개나 올리면서 하라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동시에 이승엽을 긴장시켰다.

알폰소가 잘하면 잘할수록 이승엽의 1루수 선발 출장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승엽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시즌 두 번째 경기인 4일 히로시마전에서 첫 홈런과 2루타 등 2안타를 뽑아낸 뒤에도 이승엽은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알폰소가) 스타팅멤버도 아닌데 1루에서 연습한 걸 보면 구단은 초반에 내가 안좋으면 번갈아 뛰게 할 생각이 있는 것 같다"라며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서 누구도 1루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경계심을 풀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후 이승엽은 두 경기 연속 무안타에 허덕여 결국 우려하던 상황을 예상보다 일찍 맞았다.

이승엽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왕도'가 없다.

자신의 말대로 출장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한 활약을 펼쳐 누구도 `이승엽=주전 1루수'라는 공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으로 일본에서 `세계 최고 감독'이란 찬사를 듣는 하라 감독이지만 개막 3연전에서 1무2패로 자존심을 구긴 만큼 이승엽을 배려할 여유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승엽에게 4월은 올 시즌 전체 운명을 가늠할 너무나 중요한 시기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