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매수 기반이 튼튼해졌다는 평가다. 소액투자자인 개미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과 함께 은행권에 머물던 보수적 성향의 개인 큰손과 외국인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코스닥시장에서 아직은 소폭이지만 매수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관심이다. 이들 가운데는 '검은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한 국내투자자)이 아닌 메이저급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2.93% 급락한데 반해 코스닥지수는 0.49% 오른 460.83을 기록,사흘 연속 상승하는 뚝심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매수 기반 확대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달 외국인 1년 만에 순매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3일 하루를 제외하고 5거래일 동안 '사자'를 계속하며 모두 40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난해 4월 1295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11개월 연속 순매도했던 자세가 달라진 것이어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팀장)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한동안 코스닥시장에서 멀어졌던 외국계 기관들도 복귀 움직임을 보인다는 관측이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작년 12월부터 매수세로 돌아서 전날까지 3조12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컴백'했지만 코스닥시장에는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개별기업의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시장의 투명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서영호 JP모건 리서치센터장)는 것 등이 이유다.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외국계 기관들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다만 요즘 유행하는 정책테마주들에는 관심이 없고 실적과 성장세가 돋보이는 유망주 및 대표주에 일부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반도체(LED) 셀트리온(바이오) 등 실적이 검증된 업종별 대표주들은 이날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3.46%와 0.91%로 연초 대비 1.51%포인트,0.64%포인트 늘어났다.

대표적인 교육주인 메가스터디의 경우 연초 45%대에서 시작해 지난달 중순까지 42.79%까지 빠졌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달 말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이날 45.31%까지 상승했다.

◆개인 큰손도 1등주라면 투자한다

보수적인 성향의 개인 큰손들의 가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큰 손실을 본 이후 그동안 코스닥시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코스닥시장이 최근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내 종목들 위주로 서서히 투자를 재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강남권 PB센터 팀장은 "1인당 평균 50억원가량의 금융자산을 굴리는 100여명의 고객 가운데 일부가 올초부터 코스닥 정책테마주 위주로 투자를 시작해 5억~10억원 정도를 신규로 투자하는 고객이 이달에만 10~15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작년 하반기까지 코스닥에 직접 투자하는 고객이 5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인천 송도에서 영업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도 "지난달 중순께 20억원 정도를 현찰로 들고온 중견기업 오너와 함께 코스닥시장에서 투자할 만한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주식평펀드 등으로 작년 상반기 수십억원대의 손실을 낸 뒤 한동안 주식은 거들떠도 보지 않던 고객이었는데 '뭉칫돈'을 들고 와 놀랐다"고 말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 파크뷰지점 PB팀장은 "증권사 고객에 비해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은행권 고객들이 요즘 관심을 갖는 코스닥 기업은 대부분 실적이 검증된 시가총액 상위권 업체"라며 "일부이지만 은행 '큰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문혜정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