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피 지수가 엿새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느끼던 기관이 이틀째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7일 오전 11시 3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52포인트(0.27%) 내린 1294.33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개인의 '사자'세 강화에 13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기관의 차익실현과 그동안 시장 주포 역할을 담당했던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이날 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단기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의 최근 20일 이격도는 한때 110을 넘어서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일 정도다. 이격도란 주가와 이동평균선 사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격도가 110을 넘어섰다는 것은 주가가 이동평균선보다 10% 높게 위치한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가 조정 후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가 안도랠리에서 경기회복 기대감 을 반영한 상승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밝 혔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그동안 시장의 발목을 잡아서 금융불안과 외국인 수급, 경기침체 등의 문제들이 진정에서 회복국면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코스피의 우상향에 대한 이견은 없어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9배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선 것도 경기회복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는 현상"이라며 "향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기업실적이 개선될 경우 가격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가가 기업실적을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전했다. 추세반전 국면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시적인 고평가 현상일 가능성이 높는 설명이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 시즌은 최근 증시처럼 서프라이즈 효과를 원했던 시장참여자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모습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주가가 과도하게 미래 기대치를 반영했다면 적절한 미래를 반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사들의 3월 실적은 1,2월에 비해 다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으며 미국의 매크로 지표 중 실업에 관련된 지표는 여전히 악화 일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뚜렷한 조정 과정 없이 상승세가 지속됐다는 기술적 부담감 등에 의해 불안감이 충분히 유입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지수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1분기 실적 악화는 이미 알려진 악재라는 점과 이익수정비율이 저점에서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업 실적 발표로 인한 충격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마다 실적 발표에 따른 조정 폭이나 기간에 대한 전망은 다르지만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미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점차 걷히고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들 위주로 관심이 재조명될 것이라며 전분기와 전년동기보다 순이 익이 모두 개선되는 업종으로 통신서비스, 건설, 석유정제, 엔터테인먼트, 운송, 교육서비스 등을 들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실적개선 종목 중에서 1분기 이후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한항공, 메리츠화재, 한솔LCD, 현대하이스코, LG디스플레이, SBS, STX조선 등이 2분기에, LG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동양증권은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과 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실적발표를 목전에 두고 관심을 가져볼 만한 종목으로 농심, 동아제약, 오리온, 웅진씽크빅, 코리안리, 한섬, LG생명과학, S-Oil, 소디프신소재, 탑엔지니어링, CJ홈쇼핑, GS홈쇼핑 등을 들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