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고유가 등 원자재가 충격에 이어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됐던 점을 돌아보면 이익감소 자체는 크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어제 한국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결산법인 영업이익은 56조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2.11% 줄었다. 그러나 순이익은 32조원에 못미쳐 전년보다 무려 40.88% 감소했다. 순이익이 이처럼 급감(急減)한 주원인은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과 보유주식의 가치하락과 같은 영업외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피해가 집중된 코스닥 기업은 전체적으로 적자전환했을 정도이니 고환율에 대응을 잘못한 데 따른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기업들이 환율과 같은 기업 외부의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기업 고유의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그대로 까먹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환율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등에서도 세심한 전략이 절실하다.

상장사들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80%씩 급증했다는 엊그제 다른 분석 역시 그냥 지나칠 사안은 아니다. 38조원가량이던 단기차입금이 1년 새 68조원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은 재무구조가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의미다. 그결과 부채비율도 5년 만에 100%를 넘어 경제위기의 와중에 유동성(流動性) 압박을 가중시키며 악순환 구조로 몰아가지나 않을지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지난해 이후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기업활동의 이런저런 애로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영업외적 리스크를 줄이고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긴 겨울'에 대비할 체력을 더 강화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