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 번째로 만나 관심을 모은 신지애(21 · 미래에셋)와 미셸 위(20 · 나이키골프)의 희비는 바람이 갈라놓았다.

바람이 잠잠한 오전에 경기를 한 신지애는 선두권에 자리잡은 반면 강풍이 불어닥친 오후에 티오프한 미셸 위는 오버파를 치며 중위권에 머물렀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파파고CC(파72)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J골프 피닉스 LPGA인터내셔널' 1라운드에서 김인경(21 · 하나금융)은 4언더파 68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고,그에 1타 뒤진 신지애는 지은희(23 · 휠라코리아) 박인비(21 · SK텔레콤) 등과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두 번째로 투어 대회에 나온 미셸 위는 1오버파 73타로 공동 37위에 랭크됐다.

신지애는 초반에는 몸이 풀리지 않았지만 '슬로 스타터'답게 후반에 타수를 줄였다. 전반을 1오버파로 마친 신지애는 마지막 5개홀에서만 4타(버디-보기-버디-버디-이글)를 줄이며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솟았다.

이날 신지애의 하이라이트는 18번홀(파5).뒷바람이 불어 티샷을 275야드 날려 보낸 신지애는 190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 세컨드샷을 홀 옆 2m 지점에 떨궈 이글퍼트를 성공시켰다. 드라이버샷(평균 거리 247.5야드,정확도 85.7%)과 아이언샷(그린적중률 83.3%)은 출중한 반면 퍼트(총 31개)가 다소 부진했던 신지애는 "내일은 바람이 강한 오후에 플레이하므로 바람을 잘 이용하는 작전을 짜겠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경기를 마칠 무렵 바람은 더 세게 불어닥쳤다. 깃대는 바람에 활처럼 휘어졌고,선수들은 그린에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미셸 위는 그때 티오프했다. 10번홀까지 1언더파였던 미셸 위는 그 이후 퍼트를 하려다 말고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곤 했다. 15번홀에서 50㎝ 거리의 파퍼트를 놓쳤고 16번홀(파4)에서도 바람의 심술에 또 1타를 잃었다. 티샷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가는 듯 했으나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볼은 나무 밑에 떨어지고 말았다. 연속 보기. 신지애나 김인경이 이글을 잡은 18번홀에서 미셸 위가 티샷할 땐 뒷바람 대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바람을 의식한 그는 왼쪽으로 당겨쳤고 가까스로 파로 홀아웃했다.

이날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미셸 위가 316.5야드,역시 오후에 티오프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308.0야드인 것만 봐도 바람의 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오후조인데도 4개의 파5홀에서 미셸 위가 1타밖에 줄이지 못한 반면,오초아는 오전조의 김인경 신지애와 똑같이 3타를 줄이는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세계 랭킹 1위이자 지난해 챔피언 오초아는 버디와 보기 3개씩을 묶어 이븐파 72타로 공동 21위.두 선수는 2라운드에서는 오전에 티오프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