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테크'가 '재테크'만큼이나 중요한 시대다. 보너스로 생긴 여유자금을 불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부채가 있는 사람이라면 돈이 새나가는 구멍부터 막는 것이 더 현명하다.

올 들어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평균 3.2~3.4%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판예금이나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의 수익률도 연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예금의 대체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량 회사채 금리 역시 최근 6%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5~6%대를 기록하고 있고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경우 이자율이 적게는 7%,많게는 1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증권 자산컨설팅연구소의 오대정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사람이 예금이나 펀드에 투자를 하면서 동시에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을 땐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 고정적인 수입 외에 들어오는 자금을 부채관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을 때 부채를 줄여두면 향후 기대수익률이 높아졌을 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 7%에 5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고 있는 직장인이 5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이를 은행에 예치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 사람은 1년간 17만원의 예금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이보다 많은 35만원을 대출이자로 지불해야 한다. 예금이자에 부과되는 소득세와 주민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21만원가량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천만원대의 보너스를 받는 게 아니라면 신용으로 끌어다 쓴 부채를 우선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애리 우리투자증권 PB기획부 책임연구원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하락으로 변동형 담보대출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15년 이상 장기주택담보대출은 연말 소득공제의 대상이 된다"며 "그러나 요즘 같은 초불황기에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부터 먼저 갚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대정 연구원은 "적은 돈으로 부채를 상환해 나갈 땐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은 상품들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기가 긴 상품들은 장기적으로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만기가 짧은 대출상품의 경우 갚아야 할 시점이 다가왔을 때 급하게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면 연체에 따른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