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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보호무역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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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역사적으로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은 교차하다시피 했다. 인류는 16~18세기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시대라고 할 중상주의를 겪었다. 그 뒤 19세기에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과 미국,독일 등의 유치산업 보호정책이 함께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면 제1차 세계대전, 대공황,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는다. 제1차 세계대전과 결코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대공황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대공황 때 미국이 채택했던 악명 높은 법이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이다. 그냥 국수주의 정도가 아니라 극단적 국수주의(ultranationalism)였다. 상대방이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든 말든 내 이익만 보호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의 경제적 원인이 됐다.

    여기서 교훈을 얻었는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쯤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을 내건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가 출범한다. 보호무역을 고집하다가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이로써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간 논쟁도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와 미국경제가 약화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또다시 신보호무역주의를 들고 나온다.

    그 후 자유무역시대가 열린 것은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등장을 통해서였다. 새로운 다자간 무역라운드인 DDA협상이 현재 교착상태에 있긴 하지만 양자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확산되는 등 자유무역 시대는 계속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지자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자유무역의 장점을 잘 알면서도 정치인들은 보호무역의 유혹을 좀체 떨칠 수없는 존재들인가. 어떤 무역학자에게 왜 그런지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경기침체라는 거역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하면 '원칙'보다는 '예외', '원론'보다는 '각론'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로는 자유무역에 동의하면서 나만은 보호무역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런던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각국 대표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데 합의했다. 인류가 지금 지향하는 무역의 '원칙'과 경제학 '원론'에 딱 들어맞는 합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문제는 항상 '예외'와 '각론'에서 터졌다.

    각국 재무장관들이 그냥 보호주의도 아니고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라고 굳이 표현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보호주의라는 것은 딱 이거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그 얼굴이 갖가지라는 의미다. 유감스럽게도 여기저기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미국은 '국제협약의 틀 안에서'란 단서를 달았지만 '바이아메리칸'을 들고 나왔다. 무역보호주의와 진배없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들어가면서 금융보호주의도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 준 일자리를 다시 뺏겠다는 노동보호주의마저 출현하고 있다.

    아무리 경기부양책을 동원해도 보호무역과 결합되면 세계경제 회복은 요원하다. 내달 2일 열리는 G20 정상회담은 보호주의에 과연 쐐기를 박을 것인가. 역사는 그 회담이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고 말았는지, 아니면 경기 회복의 전환점이 됐는지 둘 중 하나로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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