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개념은 탄생부터 역발상에서 이뤄졌다. 마케팅의 지향점은 사전에 고객을 충분히 이해시킴으로써 제품과 서비스가 스스로 팔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케팅은 물건 구매를 직접 유도하는 판매 활동과 반대 의미를 갖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마케팅이 강조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마케팅을 제대로 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마케팅 전문가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상당히 도발적인 주제를 제시했다. 초판이 출간된 지 무려 15년이 지났지만,그들이 주장하는 22가지의 마케팅 법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들은 여전히 경영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핵심 내용은 마케팅이 제품이나 서비스 싸움이 아닌 인식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마케팅의 승패는 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차지하느냐가 좌우한다. 마케팅 전쟁에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를 심고,그 단어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크레스트 치약은 '충치',볼보 자동차는 '안전',펩시콜라는 '젊음'이라는 단어를 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인식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최초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 자기 회사가 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확신시키는 것보다 그들의 기억 속에 최초로 각인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질레트는 최초의 안전면도기였고,게토레이는 최초의 스포츠음료였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최초가 될 수 없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처음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델은 최초의 PC업체는 아니었지만,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최초의 PC업체였다. 대부분의 시장은 하나의 영역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나눠진다. 그렇게 분화되는 시장에선 최초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새로 생긴다. 맥주시장이 수입산과 국내산으로 나뉜 후 하이네켄은 미국 최초의 수입맥주가 됐고 지금도 선두다.

저자들이 비판하는 가장 빈번한 마케팅 실수는 무분별한 라인 확장이다. 경영자들은 흔히 특정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다른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라인 확장은 성공보다 실패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A1은 스테이크 소스의 대명사이지만 신제품인 닭고기 소스에서는 참담하게 실패했다. 현재 파산위기에 몰린 GM은 바퀴만 달린 영역에는 모두 뛰어들어 오래전부터 궤도를 이탈하고 있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