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16일 계열사별 원가 절감 목표치를 발표하며 원가 절감 총력전에 나섰다. 한화 계열사들이 공개한 원가 절감 청사진은 생산과정에서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를 제거,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중 · 장기 전략을 담았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지난달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수익구조 혁신 등 '4대 혁신'을 통해 2011년까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주문한 데 이어 '생존'을 위한 전략을 구체화했다.

포스코 LG화학 등도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기'식의 단순한 방안을 넘어서 기술 고도화와 원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설비 고도화로 원가 절감 달성

한화석유화학은 차별화한 고부가 제품 개발과 생산공정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2011년까지 원가 1011억원을 절감키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범용 제품인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인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개발에 성공했다. 여수공장의 기존 설비를 LLDPE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7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교폴리에틸렌(XLPE)의 핵심 설비와 공정기술 개선을 통해 생산공정 시간을 단축,연간 14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저가 원료로 동일 품질 철강 생산

포스코는 이달 초 스테인리스(STS) 부문에서 정련로의 핵심 설비인 감속기의 진동을 완충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감속기는 산소와 질소가스 등을 이용해 용강 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고청정강을 생산하는 정련로의 핵심 장치다. 그동안 무게가 400여t에 달하는 정련로의 흔들림으로 인해 지속적인 충격이 발생,감속기가 파손되곤 했다.

이번 완충장치 개발로 감속기에 가해지는 충격을 70% 이상 낮추고 진동폭도 절반 이상으로 줄여 설비 수명을 크게 높였다. 회사 측은 이에 따라 연간 2억5000만원가량의 원가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무연탄 중에서 가장 값이 싼 탄종인 미분탄을 고로에 투입하고도 예전과 같은 품질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개선,연료비용을 연간 3000억원 정도 줄였다. 제강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재활용하고 있다. 철(Fe)이 함유돼 있는 부산물의 불순물을 제거,철의 순도를 높인 뒤 고철로 다시 활용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이런 방식으로 활용한 고철이 30만t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기술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원가 절감에 전사적으로 노력중"이라며 "제품 원가에서 원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원료비용 절감만으로도 기대되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이 곧 비용 절감

LG화학은 2005년 충남 대산공장에 '에너지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신설,매년 에너지 사용 금액의 10%를 줄이고 있다. 태스크포스팀은 BRU(벤젠회수 공정) 공장에 지난 3년 동안 60억원을 투입,벤젠 1t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3분의 2 수준으로 낮춰 연간 200억원의 비용을 줄이고 있다. 대산공장의 폐열 재활용도 대표적인 원가 절감 사례다. LG화학은 작년 40억원을 들여 공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한 데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수한 폐열은 공장의 동력원으로 재활용한다. 이 설비로 연간 87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정호/장창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