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전기) 창업자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욱 좋다"는 명언을 남긴 그의 경영 방식을 되돌아보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본 경영전문 출판사인 PHP연구소가 지난달 펴낸 '마쓰시타의 불황을 이기는 12가지 지혜'는 출간 2주 만에 10만부가 팔리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경영의 마음가짐' 등 이전에 나온 마쓰시타 창업자 관련 책들도 덩달아 인기몰이 중이다.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창업자는 노사 협력과 인재 중시,종신 고용 등 이른바 '일본식 경영'의 창시자로 불린다. 1989년 94세로 운명한 그는 50세 이후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마쓰시타를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마쓰시타 창업자가 생전에 각종 강연 등에서 언급한 불황관련 경영전략을 집약한 어록집인 '불황을 이기는 12가지 지혜'를 재정리한다.
◆각오부터 단단히 하라
불황은 글로벌 정치 · 경제 · 사회적 환경변화와 맞물려 5년에 한 번,또는 10년에 한 번 터졌다. 한마디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거 경영자들은 그 파고를 어떻게 넘었을까. 마쓰시타 창업자는 각 나라마다 처한 경제 환경에 따라 대처 방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로 "경영자가 자신의 위치를 알고 모든 노력을 다해 용감하게 맞서 최선의 싸움을 하는 것"을 꼽았다. 경영자에게 '어떻게든 폭풍우를 이겨내겠다'는 용맹심이 없다면 회사는 망한다고 그는 단언했다.
"불황은 장마철 폭풍우에 직면하는 것과 같다. 잠시 그 비를 피할 수 있지만 기업 경영에선 언제나 피해다닐 수만은 없다. 결국엔 싫어도 비에 맞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는 아울러 자신의 경험에 비춰 "침착하게 생각하고 빗발의 정도와 바람의 강약 등을 고려해 우산을 쓰거나 바람막이를 입으려는 대비와 정신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신에게 좋은 생각이 없다면 선배는 물론 동업하는 경쟁자들에게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정도로 툭 터놓고 얘기하면 경쟁자도 응해줄 수 있다"고 했다.
◆결코 비관하지 말라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비관해서는 안 된다는 게 마쓰시타 창업주의 생각이다. 비관이 모든 걸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거론하며 "인간은 신이 아니어서 모든 것을 이룰 순 없다. 인간사에는 가끔 거대한 힘이 작용한다. 사람마다 각기 운명이 있고 그 천명을 순순히 따라가는 것이 때때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하늘의 뜻과 무관하게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대가가 없으면 낙심하게 되고,결국 일이 제대로 진척될 수 없다. 마쓰시타 창업자는 인맥과 자금력,기술력 등이 중요하지만 경영자에게는 낙관적 사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곤란한 일들은 타개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발전은 끝이 없는 만큼 깊게 고민하면 돌파구가 열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30년 전 없던 제품이 지금은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있다. 그는 "책임자는 결코 소극적이고 비관적이면 안 된다. 만약 잘못됐다면 다시 원인을 찾아 일어서는 적극적 근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상 순조로울 수는 없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마쓰시타 창업자가 마쓰시타통신공업(현 파나소닉 모바일커뮤니케이션)에서 회의를 열었을 때였다. 한 간부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도요타에서 카-라디오 가격을 20%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마쓰시타 창업자는 "안 돼"라고 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사업을 같이 해온 파트너가 값을 내려달라는 데는 분명히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는 "성능은 그대로 살리고 디자인도 현재처럼 유지한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단가에 맞춰 고쳐라"고 지시했다. 1년 뒤 마쓰시타통신공업의 카-라디오는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호황일 땐 제품 품질이 다소 미흡해도 수요가 많은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황기엔 사정이 바뀐다.
그러나 마쓰시타 창업자는 경기 흐름에 좌우되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에겐 호황,불황이 없다"며 "언제나 좋은 품질을 추구하고 서비스 마인드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되면 불황기에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는 믿음이다.
또 불황기를 직원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역경은 당사자를 강하게 조련하기 위해 하늘이 내린 선물로 받아들이라는 주문이다. 그는 "회사가 항상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롭게 발전하면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온실 속 화초가 된다"며 "항상 순조롭게 발전하는 회사는 오히려 불행한 회사"라고 역설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