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추진력뿐만 아니라 끈기,철저한 현지화 등 4박자를 갖춰야 한다. "

인도네시아에서 뿌리내린 대표적 자원 개발업체 코린도(KORINDO)그룹의 승은호 회장과 키데코(KIDECO)의 이찬의 사장이 공통적으로 꼽는 해외진출 전략이다. 코린도는 1969년 인도네시아에서 목재 사업에 뛰어들어 조림지 약 13만㏊(예정지 포함)를 확보,한국 진출기업 중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데코는 국내 기업이 개척한 최대 해외광산인 파세르 유연탄 광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무슬림 기도실 따로 마련

두 업체의 공통점은 바이오 디젤 원료로 각광받는 팜오일(기름야자) 플랜테이션 사업을 시작하는 등 바이오 에너지 분야로 눈을 돌려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조림지 확보를 비롯한 녹색협력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면서 일찌감치 이 분야에 진출한 두 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이 대통령 방문에 맞춰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CEO비즈니스 다이얼로그'에 참석한 승 회장은 "진출 초기에는 역사 · 관습 · 문화가 달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며 "예를 들어 현지인 대부분이 무슬림이어서 일하다 말고 기도를 하는가 하면 벌목을 해놓으니까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1월에는 직원 12명이 현지 무장 독립운동세력에 납치되는 위기 상황도 맞았다. 이 사장은 "처음 광산을 개발하러 왔을 땐 사람은 없고 동 · 식물만 사는 정글로 뒤덮여 접근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승 회장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어려움을 이겨 나갔다고 회고했다. 그는 "단순히 현지인을 데려다 쓰는 데서 머물지 않고 무슬림에게 기도실을 따로 마련해 주는 등 인도네시아 문화를 철저하게 흡수하면서 '친구'로서 다가가 투자했다"며 "기술까지 넘겨주면서 명실상부한 현지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승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벌채를 하면 조림을 하는 게 의무인데 10년 전에 뭘 심으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환경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잘 하면 돈이 되겠다 싶어 팜오일 플랜테이션을 시작했다"며 "미래를 위해서 바이오 에너지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억3000만명 시장의 매력


코린도는 기존 조림지 이외에 팜오일 농장 2만㏊를 조성했으며 키데코는 2007년 4000㏊ 규모의 팜오일 농장을 인수한데 이어 매년 5000㏊씩 추가 매입해 최종 5만㏊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팜오일 플랜테이션은 조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실을 얻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진입장벽도 높아 '나무를 가꾸는 마음'으로 끈기와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승 회장도 "조림사업은 정확한 수종을 판별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등 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미래를 보는 안목과 끈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승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남한의 10배에 달하는 산림을 보유하고 있고 지하자원이 무궁무진하지만 기술력과 자본 부족으로 개발이 덜 돼 있다"며 "녹색성장이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인구 2억3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광활한 국토에 지하 및 지상 자원이 풍부한데 미개발 지역이 많고 임금이 싼 게 이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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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린도와 키데코
코린도그룹은 1969년 인도네시아에서 설립된 이후 원목 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합판 신문용지 제조업 컨테이너 금융 등으로 사업분야를 넓히며 현지 10위권 그룹으로 성장했다. 30여개 계열사를 두고 있고 올해 매출 목표는 13억달러다. 삼탄의 현지 합작법인인 키데코는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5만ha규모의 파세르 유연탄 광업소를 1982년부터 개발,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