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근 1년 동안 KB 신한 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사에 대한 지분 매입을 확대하면서 '은행가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은행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KB금융지주 지분 6.53%를 확보,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또 신한지주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려 전략적 투자자인 BNP파리바(8.50%)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 지분율도 최근 1년 동안 3.5배로 늘리면서 8.15%를 확보,2대 주주인 골드만삭스(8.66%)와 맞먹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4대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사 가운데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개 회사의 핵심 주주로 떠올랐다. 지난달에는 전북은행 주식 319만여주를 매입,지분 6.81%를 확보했다.

지난 3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금산 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4월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10%로 묶여 있는 보유 한도 규정도 없어질 것으로 예상돼 추가 지분 매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국민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한 후순위채를 1조원 가까이 매입한 데 이어 이달 중 운영에 들어가는 은행자본확충펀드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은행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위상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해외 자본의 국내 은행 독식을 막는 안전판 이상의 역할을 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경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위기가 심화될 경우 예상되는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민연금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되더라도 수익성을 철저하게 따져 투자할 것"이라며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심기/서욱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