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가치''멀티(다기능)'.경기가 급속히 추락한 최근 6개월간 히트한 아이템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히트 공식이다.

롯데백화점은 4일 지난 가을 · 겨울 시즌(작년 9월~올 2월)에 인기를 모은 '15대 히트 아이템'을 분석한 결과,불황기 소비의 3대 키워드를 이같이 제시했다. 불황기라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멋과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가치소비'는 늘고 있다는 얘기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불황기에도 씀씀이를 줄이지 않은 소비계층으로 '젊은(young) 고객'을 꼽았다. 이들은 단순히 나이가 젊은 10~20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감각을 추구하고 유지하려는 '영 마인드'를 가진 모든 계층을 의미한다.

특히 의류 부문에서 최신 유행패션을 선호하고 정장보다 다양한 캐주얼을 찾는 소비경향이 두드러졌다.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히트텍'(티셔츠 · 레깅스)을 비롯해 '샤이니(반짝거리는) 패딩 점퍼''퀼팅(누빈) 점퍼' 등이 히트한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서 지난 1~2월 영캐주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 늘었다. 전체 의류 매출 증가율(5.8%)의 두 배 수준이다.

정종견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바이어는 "영캐주얼의 성장률이 높은 것은 젊은층 구매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젊은이처럼 옷을 입는 중장년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명품 소유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명품 엔트리 잡화'(처음 명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고르는 저렴한 제품군)도 젊은층의 인기를 끌면서 히트 아이템으로 꼽혔다.

30만~70만원대의 코치 '시그니처 백'은 지난 가을 · 겨울시즌 품절될 정도였고 프라다 · 구찌 등의 열쇠고리,휴대폰고리 등 10만원대 명품 소품들도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

립스틱이나 '코스튬 주얼리'(은 · 인조보석 등 저렴한 소재로 만든 패션 액세서리)처럼 저렴한 가격대로 다양한 멋을 연출할 수 있는 소품도 불황기 지갑이 얇아진 젊은층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 성향을 보여준다.

또 바람막이 점퍼,퀼팅 점퍼 등 계절과 상관없이 입을 수 있거나 '모피 조끼(퍼 베스트)'와 '시폰(얇은 실크) 원피스' 등은 한 아이템으로 여러가지 연출이 가능한 다기능성이 부각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히트 아이템이다.

남성 정장 브랜드들이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캐시미어 의류와 키엘 오리진스의 '토털케어' 화장품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인기 상품으로 꼽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