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엔화를 등에 업고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쇼핑이 줄을 잇고 있는 데 이어 수조원 규모의 엔화 자금이 한국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3일 KOTRA 도쿄무역관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투자 사모펀드인 바나월드(Vana World)는 3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투자하기로 하고 KOTRA 및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사토 요스케 바나월드 회장(65)은 한국을 방문해 5일 조환익 KOTRA 사장과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둘러볼 예정이다. 바나월드는 일본의 종교재단과 거액 자산가 등이 출자한 유력 사모펀드다. 일본 내에선 민영방송사인 후지TV와 TBS 등에 투자했다.

바나월드는 송도국제도시의 대규모 블록을 매입해 연구단지와 병원 교육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일본 자금이 한국에서 수천억원대의 빌딩 등을 사들인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나월드는 작년 말 한국 부동산개발회사인 인터월드씨앤파트너스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송도국제도시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오사카의 한 부동산투자회사도 1000억~1500억엔(약 1조6000억~2조4000억원)을 송도국제도시와 서울 시내 주요 빌딩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한국의 유명 부동산투자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투자자금은 오는 6월 말까지 조성해 한국으로 송금을 완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화 자금이 이처럼 한국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환율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가치가 작년 9월 100엔당 900원 선에서 최근 1600원 선까지 뛴 데다 한국 부동산 가격 또한 하락,일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부동산값이 6개월 만에 절반 이상 떨어졌다.

한편 한국 백화점에는 일본인 고객이 급증,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달 외국인 매출이 1년 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