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아디나폴리'에선 요즘 와인을 들고 오는 손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음 달까지 '코키지 차지(corkage charge)'를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와인을 가져가면 잔을 세팅해 주고 점원이 직접 코르크 마개를 따서 잔을 채워 준다.

최근 불황으로 인해 코키지 차지를 받지 않는 레스토랑들이 늘고 있다. 값비싼 와인 주문에 대한 부담을 없애 손님을 끌기 위해서다. 코키지 차지란 식당에서 고객이 가져온 술이나 음료를 마실 경우 잔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고객이 지불하는 요금을 의미한다. 호텔은 손님이 들고 온 와인에 대해 레스토랑 판매가격의 30%를,일반 레스토랑은 병당 2만~5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1만원 정도의 코키지 차지만 받거나 아예 무료인 레스토랑도 많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그래머시 키친'과 논현동 '자르디아니'에선 매주 토요일 손님이 와인을 들고 와도 돈을 따로 받지 않는다. 그래머시 키친은 4명당 1병으로 제한하지만 자르디아니는 제한이 없어 양껏 가져가 마실 수 있다. 서초동 '아이모나디아'와 한남동 '봉에보'는 요일에 관계 없이 코키지 차지를 안 받는다.

호텔들도 '코키지 차지 프리'에 나서고 있다. 마포에 있는 서울가든호텔의 '라 스텔라'는 지난 13일부터 금요일마다 와인 반입을 허용한다. 메이필드호텔 '라페스타'와 웨스틴 조선호텔 '베키아 에 누보'는 주말에 코키지 차지를 받지 않는다. 라페스타는 오후 6시 이후부터 5명당 1병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베키아 에 누보는 병수 제한이 없다.

코키지 차지가 저렴한 레스토랑도 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개화옥'은 1인당 3000원만 받는다. 4명이 와인을 가져가면 1만2000원만 내면 된다. 강남역에 있는 노보텔 앰배서더호텔 '더 비스트로'는 지난해까지 병당 3만원이던 코키지 차지를 올 들어 1만원으로 낮췄다.

코키지 차지가 무료라고 해서 무작정 와인을 잔뜩 들고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성순 와인21닷컴 대표는 "사전 예약을 통해 와인을 가져간다는 것을 알려 줘야 그에 맞춰 와인 잔 등을 준비할 수 있다"며 "쉽게 접할 수 없는 와인이라면 업장 주인이나 소믈리에에게 한 잔 권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