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같은 직급이라도 최고 50배가 차이나는 '차등 성과급제'를 실시키로 했다. 다른 부처의 경우 성과급 격차가 많아도 두 배를 잘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의 성과급 배분은 한마디로 파격이다. 국방부 내부에서도 이를 '성과급 폭탄'이라고 칭하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방부가 25일 마련한 '차등 성과급제'에 따르면 실 · 국별로 동일 계급과 직급의 군인 및 군무원들을 상대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되 가장 높은 'SS등급'을 받은 상위 2%에겐 성과 상여 기준급의 250%를 지급한다. 'S등급(20%)'엔 200%,'A등급(25%)'엔 150%,'B등급(30%)'엔 100%를 준다. 하위 20%인 'C등급은 50%,최저 3%인 'D등급'은 5%만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5급 사무관(성과상여금 기본급 272만8300원)의 경우 'SS등급'을 받으면 682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반면 'D등급'으로 분류되면 14만원밖에 받지 못해 최상-최하 등급자 간 성과급 차이는 무려 50배에 달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방부의 성과급 지급은 다른 부처와 비슷하게 골고루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개인이 아닌 과(課) 단위로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1~10등급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같은 과원(課員)은 모두 동일한 금액을 받았다. 특히 최고 등급을 받은 부서 과원은 성과상여 기본급의 174%,최하 등급을 받은 부서 과원은 86%를 받아 차이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2008년 성과급'이 나오는 내달 말엔 국방부 본부와 현충원,국방홍보원,국방전산소 등 3개 직할기관 소속 1244명은 달라진 봉투의 두께를 실감할 전망이다. 다만 육 · 해 · 공군,해병대 등 야전부대는 당분간 예전 제도를 적용받는다.

이 같은 '차등 성과급제'는 지난 1월 취임한 장수만 차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조달청장을 지내는 등 경제전문가인 장 차관은 "잘하든 못하든 비슷한 액수의 성과급을 받아선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업적 위주의 조직문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국방부 내부의 반발 기류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대부분 장성 출신이 차지하던 차관자리에 군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들어와 안정이 최우선인 군조직을 흔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보직에 따라 업무가 천차만별인 군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앞으로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 내에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국방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여서 평가의 정확성을 놓고 시비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별로 성과관리를 엄정하게 평가하고 차관 주재의 성과급 심사위원회에서 이를 재검토하는 등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